안정적 식량생산, 경제 핵심 요소
농업 공익적 가치 분명히 해야

얼마 전 내 고향 김해의 명품인 단감 수확에 일손돕기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5000평 넘는 과수원을 환갑이 넘은 부부 내외가 농사를 짓고 있었고, 자식들은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수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 듯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업인 평균 연령은 1990년 45세던 것이 2016년 66.3세로 고령화가 급진전했다. 농가 인구도 1442만 2000명에서 2015년 말 256만 9000명으로 40여 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간 109조 원에 달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닌 우리나라 농업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기원전 3000년 신석기 중기 무렵 잡곡 재배를 시작으로, 말 그대로 한반도 역사와 함께한 의미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그 의미가 조금씩 퇴색하더니 급기야 소중한 생명 창고를 지키는 임무를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맡기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 농업인들은 여전히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

최근 정부 귀농·귀촌 정책이 실효를 거둬 젊은 청년 농부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고령화된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로봇과 IT기술과 같은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함으로써 농업이 미래 새로운 성장산업이라는 희망을 두게 하고 있다. 농촌은 농산물 생산인 1차산업 기능 이외에도 자주적 식량안보, 농촌 경관 및 환경보전, 물 관리에 따른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기능, 도농 교류 상생 공간 등 공익적 기능을 필연적으로 수행한다.

농촌의 안정적 식량 공급과 생산 기능은 누가 뭐라 해도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제 요소다. 온 국민이 군비 문제 이상의 식량 무기화 가능성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름철 집중되는 강수량을 100㏊ 농지에 10㎝ 깊이로 담수한다면 10억t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댐을 포함한 모든 저수시설의 7배를 확충할 수 있다. 농촌은 개인 행복권을 추구하는 도농 교류 힐링 체험의 장 역할도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자연경관은 국민 정서를 순화하고 생태계 자연 체험장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농업의 이러한 공익적 가치는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막대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부족하다. 농업 분야가 국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선진국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농업·농촌 지원 정당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농업·농촌 지원 확대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는 헌법에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공공재로서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EU·미국·일본 등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업·농촌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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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범농업계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 농협도 이번 달부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사적으로 추진, 14일 만에 200만 명에 가까운 국민 참여를 끌어냈다. 국가 근간이자 국민 삶을 규정하는 최고 규범인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그 소중한 가치 보호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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