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태극기연합 펼침막 수십 개 40여 일째 게시
경찰 "집회신고 못 막아"…시, 조례 개정 등 대책 고심

창원광장에 한 달 넘게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철거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창원의 중심이자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담은 선전물이 한 달 넘게 내걸려 있는 데다, 집회 주최 측에서는 한동안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군가를 틀어 창원시청과 일선 구청, 그리고 경찰서 등에 민원이 쏟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법적인 집회신고를 했다고는 하지만 현저하게 공익적 가치를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는 오는 12월 16일까지 집회신고를 하고 창원광장에 '자유민주주의 상징 박근혜 대통령님을 석방하라'는 등의 펼침막 수십 개 게시해놓고 있다. 특히 '국민을 개돼지로 만든 민주노총 언론노조 몰아내자' 등의 펼침막은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창원광장에 대형 성조기와 태극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펼침막 등이 설치되어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는 지난 10월 21일 집회신고를 한 이후 연장을 거듭해 오는 12월 16일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차후에 집회 연장 신고를 또 할 가능성도 크다. 현행법상 경찰이 이들의 집회신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 창원시 역시 합법적인 집회신고를 한 뒤에 게시한 펼침막을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단체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창원광장에서는 주말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대응하는 주장을 담은 집회를 계속 개최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상식과 공익적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의당 경남도당 여영국 위원장은 2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빗발치는 시민들의 원성을 귀담아들어 과도한 퍼포먼스용 현수막을 철수하거나 조정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에 요구했다.

여 위원장은 "광장은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어떤 단체라도 집회 결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들의 권리를 압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창원의 중심을 점거하다시피 하는 건 너무 과도하다. 시민들이 함께 누려야 할 공익적 자산이 침해당하고 있다. 집회가 끝나면 집회도구를 철거하는 게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

특히 정의당 경남도당은 "창원광장은 특정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년 촛불집회 때는 토요일 저녁 주어진 시간에만 집회를 했을 뿐이고, 집회 후에는 말끔히 청소했다. 40여 일째 창원광장을 점거하다시피 설치된 현수막은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 공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광장 활용 방안을 세우는 창원시로서도 난감하다. 애초 경찰은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의 창원광장 집회신고를 접수하면서도 창원시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광장 관리 기관인 의창구청은 집회가 시작되고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집회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창원시는 창원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창원방문의 해 홍보 구조물 등을 설치하게 되는데, 집회 펼침막 등과 어지럽게 뒤섞인 꼴이 되고 말았다. 의창구청은 집회신고 접수를 할 때 자신들과 협의해 달라는 공문을 창원중부경찰서에 보내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창구 관계자는 "조례 변경을 하든지 서울광장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든지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시민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창원광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현시점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의 창원광장 장기 점거 사태(?)가 창원시의 대책 마련을 더욱 부추기는 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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