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현장실습생 추모물결, 경남서 내달 대책요구 집회
도교육청 현장점검단 꾸려

"우리는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9일 제주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 실습하던 학생이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눌려 숨졌다. 이에 전국적으로 학생을 추모하는 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참여하는 추모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제주 19살 실습생을 추모합니다'라는 페이지가 만들어져 추모 글이 오르고 있다.

◇현장실습생 추모 움직임 = 25일 부산에서 청년민중당 주관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고, 경남에서도 추모 관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는 내달 9일 경남교육청 앞에서 숨진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을 추모하고, 청소년 인권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는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 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자 지난 9월 만든 단체이다. 창원·진주·밀양지역 등의 청소년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일 경남청소년인권문화제를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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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창립 사진./연합뉴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에 참여한 박모(17) 군은 "특성화고 학생들과 논의를 해서 활동을 할 계획이다. 현장실습 제도 문제, 청소년 노동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청소년 대부분이 이런 사건이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수나로' 활동가 '이글'(활동명) 군은 "이번 사고는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교의 실적 쌓기와 기업의 부당한 노동착취 속에 희생된 폭력의 결과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소년이 그런 부당한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단순히 이 일을 추모하거나 슬퍼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올해 1월 전주에서도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콜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경남에서도 전주, 제주와 같은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교육청의 면밀한 실사가 있어야 한다. 현장 실습생이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취업률을 위해 학생이 현장에 나가는 것에 급급할 게 아니라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 현장실습생은 안전한가 = 경남에서도 실습생 사고가 있었다. 지난 2015년 9월 한 회사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실습생이 팔에 2도 화상을 입었다. 2016년 12월에는 한 학생이 파이프를 눕힌 후 바로 세우다 오른손 중지 끝 마디 부분에 금이 가서 4주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남교육청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관련한 사고가 최근 3년간 이 2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5243명) 중 33%(1713명·11월 1일 기준)가 현장 실습 중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에 현장실습생의 권리와 의무, 현장실습 중 주의해야 할 산업안전 보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현장실습생의 기본예절, 현장실습 중 문제 발생 시 조치 방법, 현장실습생이 알아야 할 노동관계 법령 등 노동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청은 장학관·장학사·취업지원관 등으로 점검단을 꾸려 지난 24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학교당 2회(기업체 포함) 이상 컨설팅, 현장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점검 대상은 현장실습운영위 운영, 사전교육 시행, 근로기준법 준수, 근로보호 현황,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위반 여부 등이다.

경남교육청은 "특성화고 교사, 관리자 390명을 대상으로는 근로기준법 등 권리교육을 시행했다. 학생의 인권과 안전에 역점을 둔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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