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창원형 강소기업 들여다보기] (1)디에스티(주)
냉각기 필수품 금형 제조업체 국내 시장 독점적 위상
강소기업 지원 특수 성형기 성공 땐 가격 경쟁력 확보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창원시 주력 기업지원 정책인 '2017 창원형 강소기업 지원 사업'에 10개사가 참여했다. 올해 6월 10개사 선정을 마치고 12월까지 약 7개월간 지원 사업을 했다. 올해 선정된 기업은 매출액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업체라는 게 특징적이다. 올해 참여기업은 시 지원금 5000만 원과 자기 부담금 2500만 원 등 업체당 7500만 원 이상의 사업비로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사업주관기관인 (재)창원산업진흥원과 함께 10개 사업 참여기업 중 5개사(디에스티(주)·삼우금속(주)·EWS코리아(주)·(주)BTX·월드파워텍(주))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옛 경남모직 터에 마련된 마산자유무역지역 3공구(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입주해 있는 디에스티(DST)(주)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1989년 30대 초반 4명이 뭉쳐 창업했다. 지금으로 치면 스타트 업(기업)인 셈이다. 실제 양성문 현 대표이사의 창업 당시 나이가 31살이었다.

디에스티가 자동차용 라디에이터(내연기관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수로 식히는 장치), 콘덴서(증기를 냉각해 응축하는 장치), 온열기(Heater)와 가전용 라디에이터·콘덴서·Evaporator(증발기·팽창 밸브를 통과해 저온·저압으로 압력을 낮춘 액체 냉매를 넣어 주위 공간 또는 냉각시킬 물체와 열교환해 액체 증발에 따른 열 흡수로 냉동하는 기기)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주위에 흔하다.

그런데 디에스티는 라디에이터·콘덴서·Evaporator 등을 만들기 위한 필수 소재인 핀(Fin)과 튜브(Tube)를 생산(핀·튜브 밀)하고 이를 조립(Core Builder)하는 성형기를 만드는 업체라서 주목할 만하다.

양성문 디에스티(주) 대표이사가 이 회사가 만든 'Core Builde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성형기로 핀과 튜브를 조립한다. /이시우 기자

성형기란 공작기계와 비슷한 장비로, 공작기계는 여러 개의 툴 금형을 바꿔쓰면서 여러 제품을 가공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성형기는 단일 제품 가공에만 쓴다. 이 분야 성형기를 만드는 업체는 국내에서 디에스티가 유일하다. 대기업이 하기에는 산업 수요 규모가 작아 수입해 쓰는 게 더 낫고, 소기업이 하기에는 상당한 수준의 자체 설계와 제작 능력이 요구돼 벅찬 '틈새시장'에 디에스티가 자리 잡고 있다.

라디에이터, 콘덴서, Evaporator, 히터 모두 핀과 핀 사이에 튜브가 들어가서 튜브에 뜨겁거나 찬 공기·물·기타 냉매 등이 전달되고 튜브 사이에 있는 꼬불꼬불한 핀이 열전도율을 높여 외부에 발산하는 게 기본 구조다.

내년이면 창업 30주년을 맞는 디에스티는 2016년 매출 370억 원을 올렸고, 올해도 흑자가 예상돼 8년 연속 흑자를 이루며 건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수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안정된 매출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양 대표이사는 "요즘 창업 기업처럼 이른 시일 내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하려고 했다면 우리는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차근차근 기술력을 축적했고, 한 업체 한 업체씩 고객사를 늘려왔다. 그런 약 30년의 세월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 말에 문득 2015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들이 함께 쓴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실제 이 회사는 창업 초기 설계능력이 있던 양성문 현 대표이사가 설계한 툴 금형(제품을 모형에 맞게 가공하고자 선반이나 공작기계에 끼우는 틀)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틀 금형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 보니까 원청 업체에서 성형기를 제작해보라고 권했다. 이에 툴 금형에 이어 성형기 제작에 도전했고, 디에스티는 설립 약 9년 만인 1998년 국내 시장에서는 대부분 디에스티 성형기를 쓸 정도로 성장했다. 1998년 전까지 국내에서는 대부분 이 성형기를 수입해 썼다.

디에스티는 다시 한 번 도약하고자 두 가지 성장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국외 시장과 국내 가전제품 분야 확대로 내년 매출액을 470억 원으로 늘리고 수출도 280억 원으로 증가시킬 계획으로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하나는 'B형 튜브 밀(Mill·원뜻은 제분기로 가늘게 갈거나 쪼개는 장비를 이름)'이라는 새 성형기 개발이다. 현재 일본 모리사, 독일 쉘라사 등 전 세계에서 6개 업체만 이 성형기를 만들 수 있다. 국산화에 성공하면 대당 25억 원 수준인 현재 가격을 상당히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 이 회사의 '블루칩'이 될 전망이다.

올해 창원형 강소기업 지원 사업에는 이 성형기의 한 부분으로 아직 국산화하지 못한 '튜브 절단 장비(Tube Cut-off Assy)' 개발을 과제로 삼았다. 대당 3억 원으로 국산화하면 단가인하와 납품 단축, 수출 등이 기대된다.

양 대표는 30일 "B 튜브 밀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고자 한다. 튜브 컷-오프 어시 개발도 병행하는 등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장착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이 기사는 창원산업진흥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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