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창원 = 관광도시'라는 등식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럼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2010년 '마창진' 세 개의 도시가 하나로 통합되었을 때 창원시정은 세 도시를 지우고 억지로(?) 하나의 도시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데 지나치게 공을 들이면서, 결과적으로 통합 후유증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창원을 관광도시로 비상시키기 위해서는 마산·창원·진해가 품은 고유의 문화·예술·산업·자연 자산을 부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 도시가 품었던 개성이 하나씩 재발견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안상수 시장이 '관광산업 육성'을 창원시정 핵심 시책으로 외치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창원시의 관광 정책을 이끌었던 이는 이충수 관광문화국장이다.

이 국장은 2015년 '관광과장'으로 부임한 뒤 관광문화국장으로 승진했으며,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관광도시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는 걸 바라보며 공직 생활을 마치는 이 국장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할 법하다.

이 국장은 30일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업무브리핑 석상에 섰다. 창원시가 명실상부한 관광도시로 설 수 있는 방안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 국장의 모습에서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이었다. 빛의 거리로 조성된 창동 불종거리에서 시민들의 모습과 거리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이 국장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부하 직원 대동 없이 혼자서 창동 거리를 거닐며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던 이 국장을 몇 번 먼발치에서 목격했다. "쉬는 날 별일 없으면 시내 곳곳을 둘러보라고 직원들한테 이야기한다. 다녀봐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게 이 국장이 마지막 브리핑에서 한 당부였다. 웬일인지 '공무원 = 열정'이라는 등식이 이때만큼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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