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계약공정 해지 통보…비정규직 노동자들 "업체 폐업·인소싱은 부당노동 행위"

"30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31일 자로 해고된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암담합니다."

이모(34) 씨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다. 지난달 30일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12월 31일 부로 도급사인 한국지엠과 도급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더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12월 31일 부로 업무 종료를 결정했고, 부득이하게 동일부 모든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고 적혀 있었다. 차디찬 겨울에 다니던 회사 폐업에 따른 해고 통지를 받은 노동자는 이 씨를 포함해 38명이다.

◇벼랑 끝 비정규직 = 또 다른 하청업체 2곳 노동자 48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ㄱ업체 30명, ㄴ업체 18명은 '계약 공정 해지에 따른 안내' 공문을 확인했다. 원청인 한국지엠이 이들이 일하는 업체의 차체 인스톨, 엔진부 T3·T4 공정에 대한 계약 해지를 한 것이다.

업체는 노동자에게 4일부터 별도 장소에서 교육을 하겠다는 안내를 했다. 이들이 일하던 자리를 정규직 직원으로 대체하는 '인소싱'이 이뤄지게 됐다. '대기 발령' 상태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이 다른 공정에 배치되더라도, 또 다른 단기 계약직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12월 369명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86명이 해고를 앞두고 있다. 창원공장만이 아니라 부평공장도 노동자 400여 명이 일하는 4개 업체를 계약 해지했다"며 "일하는 노동자는 그대로인데, 한국지엠은 업체를 변경하며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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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창원공장 모습/경남도민일보DB

◇"폐업·인소싱은 부당노동 행위" = 특히 비정규직지회는 업체 폐업, 인소싱은 부당노동행위라며 한국지엠을 비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이 조합원이 많은 업체, 파업을 하면 파업 효과가 큰 업체를 계약 해지했다. 차체부 인스톨, 엔진부 T3·T4 라인은 이미 11월부터 인소싱하겠다며 비정규직 파업에 원청 직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며 "조합원이 다수인 공정을 다른 이유 없이 폐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지엠 창원공장 1차 하청업체 8곳에 699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7개 업체에 159명이 있다. 이번 업체 폐업, 인소싱을 하기로 한 3개 업체 소속 조합원은 60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회사 손실이 막대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계약 종료, 공정 해지는 회사 손실이 막대한 상황이어서 불가피했다. 파업 등으로 도급업체와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주부터 기존 부분 파업에서 전면 파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희근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장은 "이번 주부터 전면 파업을 하겠다. 현장을 지키는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검토 =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7일, 17일, 21일, 이달 1일 잇따라 고용노동부에 한국지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아든 이튿날인 지난 1일 오후에는 노동부 창원지청에서 지청장 면담을 요청하며 2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에서 불법 파견,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 부당노동행위 등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부가 머뭇대는 사이 한국지엠은 해고 예고 통지서를 날렸다. 노동부가 즉각 한국지엠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노동부 창원지청은 4일께 지청장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특별근로감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이번 주 지청장 면담을 최대한 빨리 잡으려고 한다. 특별근로감독은 부산본청과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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