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변화·전문가 육성 제안 김해 봉황초교 변화사례 소개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그 대책은 대부분 엄벌을 통한 강력한 통제나 관리로 귀결됐다. 가해자는 누구인가, 어떤 죄를 범했는가,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가해자 중심 '응보적 관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피해자인가,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가, 피해를 회복하고자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가 등 공동체를 위해 '회복적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경남에서도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일 '회복적 도시 만들기와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2017 행복교육지구 세미나'를 열었다. 회의실 곳곳에 시(詩)가 있고, 향초와 솔방울이 있고, 인형을 둬 이번 세미나가 교육 정책이 아닌 '회복'·'관계'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체벌금지법이 실행되면서 학교 현장 혼란 때문에 학생생활지도의 대안적 방향을 고민하던 교사들이 교원단체와 회복적 정의운동 기관들과 함께 생활지도 철학과 방법론을 연구, 실천하면서 '회복적 도시'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1일 도교육청 제2청사 대회의실에서 '회복적 도시 만들기와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2017 행복교육지구 세미나'에서 회복적 도시를 위한 토크쇼가 열렸다. /이혜영 기자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원장은 기조 강연을 했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부터는 생활지도 패러다임을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전환하는 정책 결정을 했다.

이어 경기도내 학교에 생활지도 개념과 방식을 전환할 것을 유도해 나갔다.

이 원장은 "회복적 학교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예산을 투입해 주도하고 있지만 관 주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장 교사 인식변화에서부터 시작돼 경남도교육청이 지지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경남 사례는 아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김해 봉황초등학교는 교육기관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도적으로 시도한 우리나라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어 백기열 봉황초 교사가 사례 발표를 했다. 3년 전 행복학교로 지정된 봉황초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사들은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현장에 맞춰 적용하는 대안도 고민했다.

백 교사는 "교사에게는 회복적 생활교육 전문가 과정 연수를, 학생들은 평화 감수성 훈련과 또래 조정자 교육을, 김해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 마을교사 양성 기초연수를 진행해 회복적 도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수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회복적 교육을 통해 자신과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구체적인 생활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토크쇼에서 "현대 사회에는 법 과대의존현상과 소송제일주의까지 나타나고 있다. 회복적 도시는 엄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벌이 피해 회복과 무관한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누군가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관계·정의·공동체 회복을 자발적인 책임으로 해결하는 사회를 만드는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숙 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은 "도내 첫 행복교육지구로 지정된 김해시 지역 특색에 맞는 회복적 도시 모델 창출을 계획 중"이라며 "행복교육지구로 추가 선정된 밀양·양산·남해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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