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3선 부정적 시선…여권 분위기 의외 가능성 주시

일단락된 듯 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 '경남지사 차출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박 시장이 여러 차례 직접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권 일각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근거를 요약하면 결국 서울시장 후보로서 경쟁력 미비와 당을 위한 '희생론'이다.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 중인 민병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에 나서면 행정가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다음 대선을 위해서는 '링'을 바꾸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을 위해서는 자갈밭도 걸어야지 레드카펫이나 꽃길만 갈 수 있느냐"며 사실상 경남지사 출마를 촉구했다.

<주간조선> 최근호도 '박원순 3선 도전 빨간불 켜졌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 시장 행보에 부정적인 여권 쪽 시각을 전했다. 한 여권 인사는 인터뷰에서 "탈권위와 생활정치로 나름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3선 도전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올 텐데 박 시장은 추격을 쉽게 허용할 수 있다. 시민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보다 꼼꼼한 행정가 이미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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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경남도민일보DB

<중앙일보>는 지난달 30일 자 '데스크 칼럼'에서 박 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제안한 여권 인사가 다름 아닌 김경수(민주당·김해 을) 의원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칼럼은 "박 시장이 두 달 전 김 의원을 만났다"고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하면서 김 의원이 "박 시장이 영남(경남 창녕) 사람인지 모른다. 지역 기반을 가지셔야 한다"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려면 당을 위한 희생도 필요하다"고 설득했다고 썼다.

그간 '여권 고위인사'로만 알려졌던 제안 주체를 김경수 의원으로 적시한 건 이 칼럼이 처음이다.

다양한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명실 공히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복심이며 또 가장 강력한 여권 경남지사 후보다.

김 의원이 움직였다는 건 문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세력이 '박 시장 경남지사 차출론'에 관련돼 있다는 유력한 방증이다. 다시 말해 작금의 경남지사 차출론은 단순 아이디어나 권고 수준을 넘어, 여권 내 역학구도가 반영된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압박으로 박 시장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 칼럼도 "압박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썼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심산 같다. 자유한국당 근거지였던 경남·부산·울산까지 접수하려는 기세"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포인트는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 여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 의원이 직접 나서 박원순 시장을 설득했다는 건, 그만큼 대안 찾기에 필사적이라는 의미이자 김 의원 자신은 출마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 된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바, 여권 우위가 점쳐지는 내년 경남지사 선거지만 그것은 후보가 김경수 의원일 때 확실히 보장된다. 민홍철(민주당·김해 갑) 의원이나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이 나설 경우에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안갯속 싸움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김 의원이 박 시장을 만났다. 김 의원은 그간 밝혀온 대로 경남지사 출마를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괜히 "김해시민 뜻을 거슬러 국회의원직을 중도에 그만두고 출마하는 것은 어렵다"고 못박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전히 경남지사 출마에 부정적인 박원순 시장이지만 최근 여권 분위기는 또 의외의 가능성을 주시하게 만든다. 아직은, 다른 사람이 여권 '최종 주자'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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