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추위 내구도 재검사 결정…S&T중 "현재로선 무리"
군, 명분-전력화 현실 고민

K2 흑표 전차 2차 양산을 위한 국산 파워팩(엔진 + 변속기) 변속기 부분 재시험 결정이 내려졌지만 변속기 개발 담당 업체인 S&T중공업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10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국산 변속기 내구도 재검사를 심의·의결했지만 S&T중공업이 주장한 국방규격 기준 완화는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기준 유지한 채 재검사? 배려인가, 독이 든 성배인가? = 이 결정을 두고 관련 산업계에서는 엔진은 내구도 검사를 통과한 국산 엔진(두산인프라코어 생산)과 외국산(독일 Lenk사) 변속기를 결합해 2차 양산분 생산을 하겠다는 방위사업청 기존 방안과 올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뭇매를 맞은 국산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국산화 필요성이라는 의견을 종합한 절충안이 나왔다고 지적한다. 절충이라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한 차례 더 검사 기회를 준다는 것 이외는 사실상 방위사업청 방안(외국산 변속기 + 국산 엔진)에 기운 결정이다.

방위사업추진위 회의 결론은 정확히 "S&T중공업에 한 차례 더 내구도 검사 기회를 주되 이에 응하지 않거나 내구도 검사에서 국방 규격을 맞추지 못하면 외국산으로 대체한다. 단, 기존 내구도 기준 변경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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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 전차./연합뉴스

S&T중공업은 변속기 내구도 시험과 관련해 국방규격이 9600km 주행 중 단 하나의 결함도 없어야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완벽성을 요구한 것이자 외국산 변속기보다도 훨씬 엄격한 기준이라고 반발해왔다. 올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국회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국산 제품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반면, 여당은 S&T중공업을 질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번 더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사실상 최후통첩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S&T중공업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S&T중공업 고위 임원이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방추위 결정을 두고 "현재 규격으로는 내구도 검사를 받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이번 방추위 결정에 부정적인 기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국산화 명분 속 지연되는 전력화 = 국산 파워팩이 제 성능을 낼 것이라는 판단 아래 2차 양산분 100여 대를 2016년 말부터 생산·배치하고 올해 말까지 전력화를 끝내려던 군 계획도 틀어졌다. S&T중공업 변속기 시제품은 합격점을 받았으나 막상 양산 단계의 제품 품질은 인정받지 못했다. 방산제품 검사 첫 단계인 '단품 내구도' 검사의 문턱에 걸렸다. 2016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섯 차례 내구도 검사에서 S&T중공업 변속기는 여러 곳에서 기준 미달이 발견됐고, 6차 검사 도중 볼트가 깨지면서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올 2월 6차 결함 원인분석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 등 관련 기관이 봉인한 변속 장치를 S&T중공업이 무단 해제해 임의 정비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방위사업청과 해당 업체 간 신뢰가 손상됐다. 이 일을 기점으로 방사청은 2차 양산에 외국산 변속기 장착으로 급속히 방향을 틀었다.

파워팩 최종 조립과 전차 완제품 납품을 맡은 현대로템 내부에는 파워팩 장착만 기다리는 K2 전차 50여 대가 서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현대로템 관계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일단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S&T중공업이 올 3월까지 내구도 검사를 통과하고 이후 검사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올 하반기에야 전력화를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전력화 시간이 2년 가까이 늦춰진 셈이다.

◇대안 모색할 시점 = 군 당국으로서는 '국산 명품 전차 개발'이라는 명분을 놓칠 수 없고, 그렇다고 전력화 시기를 늦춰 국방 계획에 차질을 빚어서도 안 될 형편이다.

이에 대해 최근 국방전문가 출신인 한 국회의원 제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군사전문잡지인 <디펜스 21+> 편집장 출신 김종대(정의당·비례) 의원은 지난달 "전방 작전부대는 검증된 국외 파워팩으로 가되, 후방에서는 국산 파워팩을 시범적으로 운용한 후 3차 사업에서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다만 K2전차 사업을 교훈 삼아 우리 기술수준을 고려해 진화적 개발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획득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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