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왜그 더 도그'…'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반려동물 등에 맞춰 소비 수면카페·드론배송 확산…소비자 운동에 나서기도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욜로'(YOLO)를 예측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8년 우리 사회를 관통할 소비 트렌드로 꼽은 키워드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S)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왜그 더 도그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말한다.

사은품이 본품보다,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보다, 푸드 트럭이 음식점보다 인기를 끄는 등 비주류가 주류를 압도한다고 전망했다.

또 새해에 주목해야 할 소비계층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and-life balance) 세대를 꼽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위해 소비

계속되는 저성장으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란 희망을 품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작지만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행복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한 수필집에서 자신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반듯하게 접은 속옷이 서랍 가득 들어 있는 것, 새로 산 정갈한 향의 셔츠를 입는 것, 부스럭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이불 속에 들어오는 것…. "

이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하루키는 '소확행'(小確幸)이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평소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이를 거창한 데서 찾지 않는다.

커피, 자전거, 아날로그,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행복을 즐긴다. 번잡함을 피해 동네에서 쇼핑하며, 아늑하고 편안한 집에서 놀고, 먹고, 취미생활을 누린다.

이는 명품이나 대기업·글로벌 브랜드보다 접근 가능한 작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려야만 지갑을 연다.

너무 예쁘고 빈틈없는 것보다 어딘가 허술해 친근한 '매력 자본'도 소비의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각처럼 잘 생기지 않았어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연예인이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하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특출한 장점에 집중하고, 상품기획 등에 소비자를 참여시켜야 유리하다. 공급과잉 시대를 맞아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소비자일수록 매력 자본과 관련된 소비를 할 가능성이 크다.

◇불안한 사회… 휴식과 안정 위해 소비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에 더해 마음까지 만족하게 하는 '가심비' 성향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홧김에 쓰는 '시발 비용', 소소한 탕진을 추구하는 '탕진잼' 등의 소비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나를 위한 선물'로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녀·반려동물 등 사랑하는 대상에게 지갑을 여는 것도 가심비를 극대화하는 소비다.

휴식 공간인 '케렌시아'도 각광받는다. 스페인어인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싸움을 앞두고 혼자 조용히 숨을 고르는 장소다.

치열하고 분주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예를 들면 새로운 개념의 공간디자인이나 수면카페, 낮잠극장 등 '도심 속의 패스트 힐링' 공간이 뜬다.

제품보다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시대도 본격화된다. 전에는 제품을 구입하면 서비스가 공짜로 따라왔지만, 앞으로는 질 좋은 서비스를 받는 조건으로 제품이 딸려오는 일이 늘어난다.

예를 들면 아파트를 고를 때는 시공사나 인테리어보다 발레파킹, 가사 지원, 입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 조식 제공 등의 서비스를 따진다.

자동차도 '달리는 서비스 단말기'로 인식되면서 제조사가 아니라 제공되는 서비스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른다.

이 경우 기업은 기술경영과 디자인경영 외에 서비스경영까지 추구해야 한다.

'언택트'(untact) 소비도 시장 흐름을 바꿔놓을 요소로 지목됐다. 대면 접촉이 필요 없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언택트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무인 계산, 드론 배송, VR(가상현실) 쇼핑, 자율 주행차, 로봇 공장 등이 확산된다.

언택트 기술은 일자리 감소, 노인 소외 등의 문제를 낳겠지만, 저비용으로 여겨졌던 인적서비스를 고급화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사고가 확산된다.

혈연관계가 약해지고 이혼·졸혼,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동물과의 관계조차 부담스러워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도 증가할 전망이다.

'랜선 이모'(TV·SNS 등을 통해 알게 된 귀여운 아이의 팬이 되는 것)나 '티슈 인맥'(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일회성 인맥) 등이 보편화하면서 비연애·비혼과 관련된 소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소비를 주도하는 것은 '워라벨' 세대다.

이들은 직장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으며, 정시 퇴근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또 취직을 '퇴직 준비'와 동의어로 여기며, 직장생활은 취미생활을 하려는 방편으로 삼는다.

이들은 산업화 세대가 아니므로 '헝그리'(hungry·굶주린) 정신을 발휘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쏟는다.

기업과 시장은 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제품·브랜드 개발이나 소통에 성공할 수 있다.

워라밸 세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에도 익숙해 필요하면 강력한 소비자 운동에 나설 확률이 높다.

SNS 등에 자신의 생각을 올려 동조자를 모으고, 나들이처럼 집회에 참석하며, 메시지를 담은 쇼핑으로 신념을 실천에 옮긴다. /연합뉴스

◇새해 소비 트렌드 '웩더독'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 다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하는 '워라밸' 세대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나만의 휴식공간 '케렌시 아'

★만물의 서비스화

★허술해서 친근한 '매력 자본'

★소신을 밝히는 '미닝 아 웃'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인 간관계

★나를 위한 소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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