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하는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 파이터스)를 보면, 그간 한국과 일본의 여러 선수가 빅리그에 진출한 방식과 180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4일 미국과 일본 언론을 종합하면, 이틀 전 MLB에 포스팅된 오타니는 1차 '서류전형'으로 가고 싶은 희망 구단을 압축했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빅 마켓' 전국구 구단이 탈락했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 등 서부 지역 구단이 2차 면담 구단으로 살아남았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실망스럽다"면서 면담도 제대로 못 해보고 쫓겨난 심정을 토로했다.

2차 전형에서 살아남은 구단 중 전통적으로 일본 선수 영입에 앞장서 온 시애틀이 가장 적극적이다. 스포츠닛폰과 미국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에 따르면, 시애틀 구단은 다수의 소속 선수들에게 5∼8일 일정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오타니의 에이전시인 CAA 스포츠에서 오타니와 면담할 때 이들을 대동하기 위해서다.

스포츠닛폰은 시애틀이 켄 그리피 주니어 등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전직 거물 선수는 물론 펠릭스 에르난데스, 넬손 크루스 등 현역 선수들도 동원해 오타니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애틀은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할 수 있도록 배려할 참이며 그를 지명 타자로 쓰고자 크루스를 외야수로 돌릴 수도 있다고 이미 제안했다.

오타니는 포스팅 시작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자신을 영입하려는 이유와 구단 시설, 선수 철학 등을 묻는 질문지를 돌리고 영어와 일본어로 답해달라고 숙제를 내 화제에 올랐다. 1차 전형을 통과한 MLB 구단은 앞으로 인터뷰에서 비전 제시는 물론 간판스타와 만남을 주선해 오타니에게 모든 정성을 쏟아 붓고 최고로 대접해야 쟁탈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오타니의 협상은 23일 마감된다. 미국과 일본을 뒤흔든 투타 겸업 야구 천재의 포스팅시스템은 독특한 선수만큼이나 특별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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