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개월 만에 수사 결과 발표…점검업체·안전공단 직원 기소의견 송치

창원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는 부품 마모 등 기계적 결함이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발생 5개월여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엘리베이터 점검 업체 대표와 안전공단 관계자를 업무상 잘못이 있다며 검찰에 넘겼다.

◇안전점검 공단·업체 등 3명 입건 = 5일 창원중부경찰서는 지난 6월 18일 창원 성산구 중앙동 상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 카(사람을 태우는 구조물)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두 명이 탑승하다 바닥으로 떨어진 사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고로 1명은 숨지고, 한 명은 다쳤다.

경찰은 엘리베이터 점검 기사 ㄱ(33) 씨, 점검 업체 대표 ㄴ(47) 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점검 담당자 ㄷ(44) 씨 등 3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ㄱ 씨는 승강기를 유지 관리해야 할 직무를 소홀히 하고, ㄴ 씨는 주의 감독을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 ㄷ 씨는 사고 승강기에 대한 정밀안전 검사에서 업무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3명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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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 당시 엘리베이터 인터록 모습. 위쪽이 마모가 되지 않은 3층 인터록, 아래쪽이 마모가 된 1층 인터록 모습. 아래쪽 인터록은 걸쇠, 걸림쇠 부분이 모두 마모돼 있다./우귀화 기자

그러나 점검 업체와 승강기공단은 부품 마모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고가 난 결정적 이유는 외부 충격에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잠금장치 마모 = 경찰은 사고 직후인 지난 6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 감식을 했다. 엘리베이터 인터록(고리 잠금장치)이 일부 마모돼 문이 개방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이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국과수는 지난 7월 인터록 마모 등의 기계적 결함, 인위적 개방행위 등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창원중부서에 통보했다.

경찰은 승강기 사고조사판정위원회, 국과수, 관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인터록 걸쇠·걸림쇠 마모가 원인이 됐고, 외부의 물리적 힘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외부의 물리적인 힘이 어떤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엘리베이터 내부에 각 층을 잡아주는 인터록이 있다. 사고가 없었던 3층과 사고가 난 1층 엘리베이터 인터록을 비교해보면, 1층은 마모가 심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엘리베이터 문을 좌우로 벌리니 열렸다. 열리지 않아야 할 문이 쉽게 열릴 정도로 인터록이 마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1년이나 된 엘리베이터 인터록이 엘리베이터 설치 당시부터 볼트·너트의 미세한 차이로 자연적으로 마모돼 잠금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보통 인터록 걸쇠가 7㎜가량 걸려야 하는데, 마모된 인터록은 3㎜가량만 걸려서 잠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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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사고 현장/경남도민일보DB

◇"안일한 점검이 사고 불러" = 이 엘리베이터는 사고 나기 1주일 전 승강기안전공단의 정밀안전검사를 통과했다. 당시 사고와는 관련이 없는 기계실 조명등, 상부 문 연결선 등 문제로 조건부 합격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엘리베이터 당시 안일하게 점검한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상가 엘리베이터 유지·관리를 하는 업체는 중저속 승강기 전문업체로,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9명이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다. 경찰은 업체가 창원·김해 등 760여 개 엘리베이터를 담당했기에 현실적으로 1인당 살펴볼 엘리베이터가 많아서 세밀하게 점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터록 마모는 인터록 덮개 커버를 벗겨서 육안으로 확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고, 지금까지 인터록 마모로 말미암은 사고가 없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이 부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조사가 5개월가량이나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국과수, 승강기안전공단 측 의견이 분분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어 면밀한 조사 등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엘리베이터 정밀안전검사가 있지만, 오래된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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