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두뇌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일들을 자연생태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북태평양까지 회유를 했다가 자기가 태어난 동해안 남대천으로 되찾아오는 산란기 송어나 연어의 회귀성은 신비로운 것 중의 하나다. 기러기나 제비처럼 남북으로 자기들의 거주지를 옮겨다니는 철새들이나 미물인 개미나 벌들의 귀소성은 더 놀라운 일이다.

우리 인간에게도 회귀성이나 귀소성 같은 것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동물들의 귀소성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인간들도 나이 들게 되면 고향을 자주 찾고 그의 자식들에게도 갖가지의 고향 이야기를 자주 하고 몸이 아프거나 맘이 상할 때에도 고향을 향해 수구초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들도 크게 생각하면 귀소본능과 다름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의 옷차림 변화나 취미 등의 유행이 세태에 맞춰 주기적으로 바뀌어도 결국은 회전문과 같이 기본 유형을 못 벗어나고 있다.

참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국가의 정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몇 년째 홍역을 앓았던 역사 교과서 갈등, 현재도 대치하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및 원자력발전소, 신공항과 노사 관계 등 정상적인 궤도를 찾지 못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시행착오 연속이다. 인간이 하는 일에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다.

어느 나라 어느 기관, 누구이든 간에 잘못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일은 반면교사 삼아 고치는 일이 오히려 더 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행착오나 교정에는 가장 기본적이고 성실하게 지켜야 할 규칙은 있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시행 이전에 치밀한 사전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보고, 둘째는 한번 정해진 법이나 규칙을 중간에 바꾸는 조령모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잘못을 수정하거나 고칠 때에는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진행하고, 뒷구멍에서 우물쭈물하거나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5000만 국민의 제일 관심사는 교육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 포항 지진사태 때 수능은 전쟁을 방불케 하였다. 천재지변은 할 수 없지만 정형화된 대입제도가 없어서 1~2년을 못 가고 정권이나 장관이 교체되면 바뀌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는 미명으로 교육부 무용론, 학제 변경, 일류 대학 폐교, 권역별 대학군제, 사교육 완전 폐지, 대입 제도 폐지 및 변혁 등 입에 발린 달콤한 수많은 공약이 헛구호에 그쳤다.

새 정부가 제시한 공약들도 학부모와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요즘 입시 가이드 자료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학생·학부모·선생님들이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 하나의 정책이 수립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을 두고 뜸을 들이고, 충분히 발효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할 텐데, 인기 영합적이고 단기적인 공약이 대부분이다. 특히 교육은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바뀐다고 갑자기 크나큰 변혁보다, 백년대계라는 말과 같이 조용한 가운데 검증된 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혼란이 없을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몇백 년의 전통을 가진 교육 정책을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허만복.jpg

이번 정부에 탄생한 국가교육위원회의 교육 공약만큼은 장기적인 계획과 헌법 개정 못지않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의 제도와 연속성이 있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찮은 물고기나 새들조차도 매년 자기 삶의 기본 항로를 잃지 않고 오가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이 하는 일이 연속성이 없고 알맞은 궤도 없이 제구실을 못 한대서야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