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예결위 막전막후 들여다보니
마산야구장 건립 지원비·지진 연구용역비 극적 타결
집행부 "예산 삭감 막아달라" 지역구 의원에 SOS도

내년도 경남도 예산 심사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따른 도청과 도교육청 예산이 그동안 도의회가 주장해 온 안대로 사실상 확정됐다. 또한 새 마산야구장 건립 도비 지원 예산 100억 원은 가까스로 책정됐고, 이전 예정지 터 적정성 논란이 된 도농업기술원 관련 실시 설계비 37억 원도 원안 가결됐다.

도의회 도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규상)는 14일 2018년도 도 예산안을 종합 심사해 국비와 지특회계는 줄었지만 도비 41억 3750만 원이 증액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도청 예결위가 이들 예산을 확정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대 쟁점이 된 새 마산야구장 = 예결위는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께 예산 관련 질의를 마치고 저녁 식사 겸 간담회에 들어갔다. 위원들은 그러나 주요 사업 예산 관련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려 이날 논의를 끝내지 못한 채 결국 자정을 앞두고 차수 변경을 해야 했다. 예결위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 의사봉을 두드린 시간은 결국 14일 0시 20분이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새 마산야구장 도비 지원액이었다. 100억 원이라는 큰돈이 비교적 재정 여건이 좋은 창원, 그것도 민간 기업을 위한 단일 사업에 투입된다는 점에 타지역 도의원들이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예결위 전체 15명 중 창원지역 의원이 5명 포함돼 있었으나 진해지역 의원이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창원지역 의원들이 수적 열세에다 의기투합도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초반 거수 표결 끝에 도비 지원액 100억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한때 예결위원 사이에서는 격한 감정 표현이 오가기도 했다. 한 마산지역 의원은 타지역 의원을 향해 "본회의장에서 싸워보자는 거냐"며 눈을 흘기고 역정을 내는 등 살벌한 풍경도 펼쳐졌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도 예산 삭감 소식에 당황한 모양새였다. 한 대행은 13일 오후 9시 30분께 도의회를 찾았다. 한 대행이 받아든 수정 조서에는 비단 야구장 예산 외에도 자신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목적 예산 대부분이 삭감된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야구장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지진 방재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비,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조선산업 퇴직 핵심 인력 지원 사업비 등 굵직한 사업 예산이 삭감 항목에 올랐다. 이때부터 한 대행과 예결위원들 간 피 말리는 마라톤 협의가 시작됐다.

◇치열한 논리 싸움 = 지진 방재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비를 두고는 도 집행부와 예결위원들 간 견해차가 컸다. 도는 경남만의 방재 대책을 마련하려면 해당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활성 단층대에 자리한 양산, 매립지가 많은 마산 등지 지반 약화와 액상화 대비 등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위원들은 타 시·도에서 지진 방재 용역을 한 결과가 있고, 이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펼치는 전문가를 불러 도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면 돼 굳이 해당 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집행부는 연이은 지진으로 국민이 안전 문제에 민감한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비난의 화살을 모두 도의원들이 맞게 된다고 맞섰다.

또한 개인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뜬 양산, 마산 지역 도의원에게 연락해 지역구 관련 예산 삭감을 막아달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쳤다. 이 결과 1차 수정 조서에서 전액 삭감됐던 용역비 3억 원이 원상회복돼 내년에 쓰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새 마산야구장 건설 도비 지원 관련 창원 외 타 시·군 의원들은 그동안 지역 체육시설 건립에 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도가 받아들였는지 지방체육시설 지원 관련 도비 20억 원이 신설 증액됐다.

이 밖에도 예결위의 타 시·도의회 대비 4.6%에 불과한, 현격히 낮은 의정홍보 예산 증액 요구에 도 집행부는 지방 분권 확대 추세 속 의회민주주의 강화 실현을 목적으로 한 자치분권 공감대 형성·역량 강화 예산 증액 요구로 맞받아 결국 각 1억 원 증액이 이뤄졌다.

이렇듯 도와 도의회는 도민 복리 증진과 지역구 실익을 모두 취하고자 치열한 논리 싸움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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