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속 일하고 싶다] (3) 유치원 비정규직 '재계약의 노예'
지역마다 계약·명칭 달라 경남엔 무기계약직 '0'명
학부모조차 '도우미'로 봐 재계약 때문에 목소리 못내

지난 9월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통해 '기간제 교원·학교강사 7개 직종' 중 2개 직종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인정 이유 뒤에는 '다만, 아울러, 또한' 접속사를 붙여 처우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처우가 개선돼도 내년 계약이 되지 않으면 이는 소용없는 대책이다. 고용보장은 못 하지만 처우는 개선하겠다는 교육부 결정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교육부는 계약기간 연장, 계약절차 간소화 등을 고용안정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들은 월급이 적어지더라도 회계직으로 전환해 안정된 직장에서 재계약 걱정이 없길 바란다.

◇명칭·계약형태 제각각 = 2012년 유아교육법 개정으로 반일제, 시간연장제, 종일제 개념이 삭제되고 '교육과정'과 '방과후과정'으로 구분됐다. 2013년 공무원법 임용령 개정으로 시간제기간제교원 임용이 신설됐다. 이후 '방과후과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종류와 명칭은 각양각색이다. 강원도에서는 유치원방과후교육사, 경기도는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서울은 유치원에듀케어강사, 울산은 유치원방과후과정반강사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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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도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2012년 국공립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는 상시 지속적 업무를 인정받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 시기 경남도교육청은 당시 '에듀케어강사'로 불린 방과후과정 강사를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이하 기간제교사)로 전환했다. 이들은 교사로 승격(?)하면서 교원 대체직종으로 분류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경남를 시작으로 타지역에서도 방과후과정 강사를 기간제교사로 전환했다. 이런 이유로 전국 국공립 유치원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시간 차를 두고 명칭과 계약 형태가 다르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방과후과정 강사 중에서도 무기계약 1264명·기간제 266명, 기간제교사 617명이 혼재돼 있다. 다수 지역이 경기도와 같이 계약 형태가 섞여 있는데 경남과 제주만 무기계약직 한 명도 없이 기간제교사 100%로 구성돼 있다. 경남의 국공립 유치원 비정규직 교사(4월 1일 기준)는 617명이다.

◇"내년에도 선생님 계시나요?" = 경남지역 국공립 유치원 기간제교사 계약 기간은 다수가 1년이지만 6개월도 있다. 학기 중에도 담임교사, 교장, 학부모 면접을 받았다는 한 교사는 "유치원 기간제 교사는 예뻐도 안 되고, 젊어도 안 되고, 수업을 잘해도 안 되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잘해도 안 되고, 심지어 돈이 많아도 안된다는 '웃픈'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한 공간에서 한팀이 돼 유아교육에 매진해야 하지만,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유치원 정교사는 오전 8시 40분 출근해 1시 40분까지 수업하고, 오후에는 공문 등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기간제교사는 오후 1시 40분부터 5시 40분까지 수업을 맡는다. 별도 책상·컴퓨터도 없고, 졸업앨범에도 사진이 없는 이들을 학부모와 아이들조차 '도우미'로 인식하고 있다. 일당제인 임금 체계는 재량휴업일, 방학, 졸업이 낀 달 월급이 쪼그라든다. 시간 외 수당은 1년 10번으로 한정돼 있지만 오전 현장수업, 학예회 등 10번을 넘어가는 경우는 다반사다. 

한 기간제 교사는 "안전 지도를 하고 있는데 정교사가 '시끄럽다, 애들 간식이나 먹여라'라고 소리 지르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교육을 입에 담을 수 있는 현장이 맞는지, 신분과 차별을 먼저 습득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러울 때가 잦다"며 "무기계약으로만 전환해도 부당한 업무 분담 등 할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라는 타이틀은 붙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선 '을 중의 을'로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내년 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신분이 드러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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