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맡기고 홀연히 사라져…시, 통영 행복펀드에 적립기로

"기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나요?"

13일 오전 이 전화를 받은 통영시 주민생활복지과 최광호 계장은 "통영행복펀드에 기부금을 적립하시면 된다. 돈은 이웃을 위해 쓰인다"고 안내했다.

몇 시간 뒤 주민생활복지과를 찾은 이 남자는 "소외계층에 써달라"는 말과 함께 봉투 만을 건네고 떠났다.

남자가 두고 간 봉투에는 5만 원권으로 모두 1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남자는 이름도 나이도, 어디 사는지도 알리지 않고 머쓱해하며 봉투를 놓고 곧장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 주민생활복지과에 익명의 기부자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두고 간 100만 원이 든 봉투. /통영시

얼굴 없는 천사가 통영에 다시 나타났다. 2015년 추석에 한 번, 그리고 지난해 3월 '자식이 많아도 도움을 받지 못한 분들께 나누어 주십시오'라고 쓴 쪽지와 함께 통영시 중앙동주민센터에 쌀 20포대를 두고 사라진 얼굴없는 천사 이후 1년여 만에 또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천사가 나타났다.

익명의 기부자와 통화를 한 최 계장은 "13일 오전에 어떻게 기탁하면 되느냐고 묻는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며 "자리를 비웠던 오후 3시쯤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돈을 두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분이 오시면 차도 대접하고 이야기도 하지만 이분은 그냥 돈을 두고 바로 떠났다. 선하게 생겼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동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전액을 지역연계 모금 사업인 '살고 싶은 통영 행복펀드'에 적립하기로 했다. 적립금은 통영지역 사정이 어려운 환우 돌봄사업과 미래세대 희망지원,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주민생활복지과 김민영 과장은 "익명의 기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자가 보내준 따뜻한 사랑은 추운 연말을 맞이한 이웃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부금은 이웃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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