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속 일하고 싶다] (4) 수면 아래 비정규직
고용안정 외친 강사·기간제 청년실업·일자리 문제 맞물려
'정규직 자리 뺏기'잘못된 인식
삶·교육의 질 측면서 바라봐야

경남도교육청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52개 직종 6132명에 대한 전환 범위, 방식, 채용방법 등을 결정한다.

무기계약 전환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교육부 심의위에서 논의 대상이 된 기간제 교원과 학교강사 7개 직종(영어회화 전문강사·초등 스포츠강사·다문화언어 강사·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산학겸임교사·교과교실제 강사) 외에도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중등 스포츠강사, 학교 운동부지도자, 특수학교(급) 종일반 강사 등 무기계약 전환을 논의하게 된다. 그동안 제외됐던 15시간 미만 노동자, 55~60세 노동자도 교육청 심의위 심의 대상이다.

이들은 십수 년째 부당함을 외치며 보이기 싫은 민낯을 드러냈지만, 현 정부 정규직 전환 기조에 은근슬쩍 편승한 이기적인 요구로 오해받고 있다. 단지 재계약 걱정 없는 삶을 바란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쳐도 외쳐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지난 1월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경남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차별철폐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7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정한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예외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면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부 심의위에서는 △연중 계속되는 업무 △앞으로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무가 인정되는 직종도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교육부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주며 교육청에 결정을 넘겼다.

교육부 심의위 논의에 포함되지 않은 특수종일반 강사는 무기계약직 전환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이들은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와 같이 특수학교 정규교육과정 방과 후부터 장애학생들을 돌보는 업무를 한다. 2007년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도 정규 수업 중에 장애아동을 돌보던 특수교육실무원은 무기계약 전환이 됐지만, 특수종일반 강사는 제외됐다. 2013년도 제외된 이들은 상시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임에도 매년 재계약 압박을 받으며 최저임금 인상분만큼만 오르는 저임금 구조를 감내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집회와 기자회견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확인된다. "임용시험은 싫고 교사는 하고 싶고", "비정규직이 싫으면 사립유치원으로 가면 됩니다" 같은 말들이다.

유치원을 예로 들면 저출산으로 유아교육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 유치원 공교육 요구가 높아지면서 누군가는 유치원 시간제기간제 교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왜 이들은 당당하지 못하고 '을'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데도 '밥그릇 싸움'으로 논란이 비켜갔다. 스포츠강사와 영어회화강사 역시 교육부 방침으로 전문인력을 요구해 신설된 직종이지만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그들의 요구는 교원 일자리를 뺏으려는 것으로 호도됐다.

조인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조직국장은 "교육부 심의위 결정은 비정규직 강사의 무기계약 전환이 교원수급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반대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며 "교원수급은 강사 채용과 별개로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이고, 근거 법령이 다름에도 교육부가 침묵함으로써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을 하는 학교임을 고려하면 일정부분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와 선발 방식이 중요하다. 비정규직을 '중규직(무기계약직)'으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누군가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일이 아님에도 청년실업 등 문제와 함께 갈등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현 정부 정규직 전환은 실제로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이는 우리 사회 격차나 이중구조를 볼 때 비정규직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틀이 된다"며 "학교 비정규직 고용안정은 그들만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높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수면 위로 올랐다. 도교육청은 19일 2차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열어 논란이 된 직종의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를 토론할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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