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52% "처벌 강화해야"…전문가 "관계·공동체 회복 먼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투표를 기다립니다."

경남 초·중·고생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즉석 설문조사가 시작됐다. 학생이 버튼을 누르자 무대 앞 화면에는 막대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했다. 19일 경남도교육청 공감홀에서 열린 '교육감과 함께하는 학교폭력 예방 공감 토크 콘서트' 장면이다.

설문 결과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추자는 의견에 찬성한다"는 의견 역시 74%로 압도적이었다.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을 바랐다. 학교폭력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역시 신고(39%), 상담(21%) 순으로 '신고'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재판(심판)을 할 때 만 19세 미만이면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데 찬성 버튼을 눌렀다는 한 학생은 "우리는 학교폭력이 나쁘고, 피해자가 아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는 걸 알고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범은 나이와 죄질에 따라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고, 형법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학생의 인식에 패널로 나선 박종훈 교육감은 당황했다. 박 교육감은 "이 자리에 가해 경험이 없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며 "학생의 뜻에 동감도 하지만 학교는 경찰과 검찰이 학교폭력을 보는 관점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경남교육연구정보원 노용승 교사는 "처벌 논의에 앞서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피해자와 그 피해 들여다보기"라고 말했다. 노 교사는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학교폭력 대처는 피해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서 어긋나게 된다.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그러한 과정과 논의는 생략되었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로 보상받으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벌 기준이 피해를 회복시키는지, 가해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당하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가족(43%), 친구(15%)를 꼽았다. 하지만 교사는 경찰(11%)보다 낮은 9%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전교육청 김의성 학교폭력 전문변호사는 "선생님에게 알리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징계로 이어져 일이 커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생님에게 학교 내 조정 역할 권한이 강화된다면 수치는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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