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노정관계 답보에 민생개혁·정책연대 주문도

문재인 대통령이 '셀프 국정홍보'에 나섰다. 19일 문 대통령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그간 외교 성과 강조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국빈방문을 끝으로 올해 정상외교를 마무리했다. 취임 후 7개월 중 7개국을 방문하고 유엔총회 등 여러 다자협의에 참가해 정상회담만 40여 회 했다"며 "이를 통해 정부 출범 때 물려받은 외교 공백을 메우고 무너지거나 헝클어진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등 시급한 과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정 성과를 알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대부분 청와대 대변인 등 몫이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최근 중국 방문 성과를 적극 홍보하라"고 국무위원·측근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집요하게 제기한 '굴욕외교' 공세 탓이었을 것이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시선이 많다. 최근 정부는 국정 지지율 하락, 좀체 반전 기미가 안 보이는 경제 상황, 개혁입법 지체, 정치·노동 현안 갈등 등 적지 않은 시련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유독 강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모든 현실이 간단치 않게 다가올 수 있다.

여전히 70% 안팎의 고공 지지율이지만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 모두 3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사활을 거는 경남·부산·울산이 심상치 않다. 갤럽이 지난 12~14일 진행한 12월 둘째 주 정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전 주(69%)보다 6%p 떨어진 63%를 경·부·울에서 기록했다.

경제 전망도 암울했다. 갤럽이 국정지지율과 함께 한 경제 관련 조사에서 경·부·울 응답자는 11월 초 조사 때보다 10%p 이상 높게 실업·노사분쟁 증가(41%→53%, 35%→45%)에 관한 비관적 시각을 드러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실업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달에 비해 7%p(40%→47%) 올랐다.

더욱 주목할 것은 경제적 고통·불만과 문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다. 갤럽 12월 둘째 주 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는 그 이유로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23%), '과도한 복지'(14%), '북핵/안보'(10%),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 등을 꼽았는데 이 중 '과도한 복지'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은 전주보다 공히 4%p 상승한 것이었다.(인용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동계와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한상균 위원장 석방 등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 점거농성 중인 가운데 휴일·연장근무 중복할증 폐지(노동시간 단축 관련), 내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에 상여금 포함 여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을 놓고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는 노-정 양측이다.

농성 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스스로 촛불정부라고 칭하는 문재인 정부의 잇단 개혁 조치에 노동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한상균 위원장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으며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 소식도 들려온다"며 "진정한 적폐청산은 억울한 구속·수배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중소 영세업체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정책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들끓는 요구에 더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0일 열린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촛불민심 저변에는 국정농단에 대한 단죄 등 정치적 쟁점보다 사회 양극화, 소수 특권층 위주의 불공정한 경제질서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와 민주당은 '사람중심 경제'와 '포용적 성장'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내년부터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적폐청산과 민생개혁의 균형, 연정과 정책연대 등에 관한 고민도 흘러나온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에 힘입어 등장한 정부로서 지난 정권의 부패·비리와 적폐 청산 노력을 하는 건 시대적 사명이지만, 민심의 요구는 점차 적폐청산에서 민생개혁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 비춰 민생개혁으로 초점과 중심을 변화시켜 나갈 정권 차원의 자신감과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민주당 121석으로는 문재인 정부 주도 개혁입법이 불가능하며 중장기적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가장 나쁜 선택은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도만 믿고 그냥 가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국민의당과 통합하거나 연립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게 어렵다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과 정책연대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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