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목표 '체급' 올려 도전 봇물
풍부했다는 의정 짚어볼 필요 있어

10년 전에 개봉됐던 영화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있었다. 공포물이었던 이 영화는 우리에게 워낙 긴 제목으로도 유명해 제목만큼이나 많은 패러디물이 나오기도 했다. 새삼 이 영화 제목이 떠오른 건 내년 6·13 지방선거가 서서히 다기오기 때문이다.

벌써 도내 곳곳에선 출마회견과 출판기념회, 토크콘서트 등이 봇물을 이룬다. 선거 초반인 만큼 일단 '체급'을 올려 도전장을 내려는 인사가 많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경남도의회에서 단체장을 목표로 하는 도의원이 20명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들 모두가 최종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전체 55명 중 5분의 3 정도가 기초단체장에 관심이 있다니 열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한결같다. '도의회에서 닦은 풍부한 의정활동을 경험삼아 이젠 다른 방식으로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피선거권을 가진 도의원들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서 주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데 시비를 걸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도의회에서 닦은 풍부한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한 봉사는 과연 무엇인지 유권자로서 짚어볼 필요는 있겠다.

이번 10대 도의회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무상급식 폐지와 그에 따른 도민 갈등이었다. 홍준표 전 지사가 도교육청 감사를 핑계로 2014년 11월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이 논란은 한국당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뤄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급식비를 다른 사업에 쓰도록 하는 '경남도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를 이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홍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꼼수 사퇴하고 대선에서 낙선하자 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상급식 확대를 꺼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해결하자며 도의회 주도로 도와 도교육청에 무상급식 TF를 제안했다. 화려한 변신이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생각을 계속 고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면 최소한 배경 설명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런 과정은 생략됐으며 도와 도교육청이 합의한 무상급식 분담률마저 뒤엎고 의회가 주장한 분담률대로 밀어붙이는 결연함을 보였다. 결국 일련의 과정은 무상급식 폐지에 대한 반성이라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다분히 홍 대표를 의식한 행동이었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비난에도 한국당 도의원에겐 '신의 한 수'로 보일 만하다. 당장 선거에서 무상급식 확대를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됐고, 분담률은 홍 전 지사가 18개 시장·군수들과 협의한 대로 유지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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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이 그들 뜻대로 순조롭게 풀리느냐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말미암은 도민의 허탈감은 경남이 아무리 보수진영 텃밭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도 영화 제목처럼 도민은 의원들이 지난해 한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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