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17일 문예회관서 소녀상 그림 74점 전시

전국 74곳 소녀상이 거제에 다 모인다.

전국 소녀상을 한자리에 모아보자는 '평화의 소녀상 대학생 지킴이(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의 구상이 거제에서 그림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활동 중인 '아름다운 청년' 두 명의 힘이 합쳐졌기에 가능했다.

전시회는 '대한민국 74곳 소녀상 거제 모이다'라는 이름으로 내달 12일부터 17일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전시작품은 74점으로 '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세진(29·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씨가 노숙까지 하며 전국을 돌면서 그린 것이다.

김 씨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루는 한 시민이 전국 어디에 몇 개의 소녀상이 있는지 물었는데 답을 하지 못했다"며 "현황도 모르고 자리만 지키는 것 같아 너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전국을 찾으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세진 씨가 그린 부천소녀상.

지난 5월 1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는 "동료는 힘들게 현장을 지키는데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상 주변에서 침낭 하나만 가지고 노숙하며 그림을 그렸다"며 "추위와 더위, 모기 탓에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보람이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전시가 거제에서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소녀상 건립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이상철(32) 개인활동가 도움이 가장 컸다. 대관료와 전시에 필요한 비용을 이 씨가 부담한다.

이 씨는 "거제 소녀상 제작에 후원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지역 소녀상 제작을 후원하며 활동을 해왔다"며 "그러던 차에 노숙을 하며 소녀상을 그린다는 세진 씨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감동 받아 전시회 추진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거제 한 조선소 노동자인 이 씨는 이번 전시회 준비를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려면 한 달가량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서 회사를 그만뒀다"며 "다행히 전시를 마치면 같이 일하자는 회사가 있어서 다소 마음 편하게 준비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감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두 청년은 전시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거제 시민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마련했다"며 "나아가 국민의 마음이 모여 우리 정부에 또 일본 정부에 전달되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소녀상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씨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2011년 12월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부터 거제, 미국 뉴욕에 이르기까지 50여 곳에서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 추모 조형물을 제작해 왔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이들의 강연과 관련 영상을 보고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지역 문화예술계 꿈나무를 돕자는 의미에서 거제 학생의 작품도 같이 소개된다.

한편, 거제에는 두 개의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2014년 1월 17일 건립된 거제문화예술회관 추모공원 소녀상에 이어 올해 10월에는 학생의 힘으로 거제 옥포고에도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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