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스캔들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
작품 태우는 역발상 전시, 시대정신 담아

대한민국은 역동적이다. 프랑스는 '메두사호' 침몰 30년 뒤에 2월 혁명으로 공화정을 수립했는데 코리아는 '세월호' 3년 후, 무혈 시민혁명에 성공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대오를 정렬하라. 전진, 전진! 저 더러운 피로 고랑을 적시게!" 전투적인(?)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처럼 피를 먹고 자라는 꽃들이 낡은 질서를 허물던 프랑스 혁명기. "나는 혁명의 아들이고 혁명 그 자체다"라던 평민 출신 황제 나폴레옹 몰락 후, 전쟁에서 이긴 유럽 군주들은 국민이 왕을 단두대로 처형했다는 사실에 치를 떨면서 1815년 프랑스에 루이 18세로 왕정복고 했다.

1816년 7월 2일 예견된 참사가 일어난다. 아프리카 세네갈 식민지로 떠난 해군 군함 '메두사호'가 암초에 부딪혀 난파했다. 무능한 리더십의 선장은 상급 선원, 장교, 관원, 상류층 승객들과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지만, 나머지 149명의 하급 선원과 승객은 뗏목을 만들어 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뗏목을 구명정에 매달아 끌고 가기로 약속했던 선장은 이를 잘라내고 도망쳤다. 물도 식량도 없이 13일간 표류한 이들의 뗏목은 죽음과 공포, 폭동과 광기, 굶주림과 탈수, 식인의 생지옥이었고 지나가던 영국 배에 구조된 사람은 불과 15명. 이 사건은 항해와 전쟁 경험도 없는 귀족을 부정부패의 왕당파가 뇌물을 받고 지휘관으로 임명하여 벌어진 인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왕정은 생존자 중 한 명인 그 배의 의사가 이 잔인무도한 참극의 전모를 밝히는 스토리를 출판할 때까지 사건 은폐에 급급했다.

절망적인 표류에서 구조의 희망이 있는 감동적 생환을 그린 불멸의 명화 '메두사호의 뗏목'은 이러한 시대상황이 낳은 걸작이다. 프랑스 낭만주의 천재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인간의 감정과 정치·사회적 부조리에 '저항의 미학'으로 작품들을 제작했다. 27세 청년화가 제리코의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은 당시 실제 일어난 비극적인 조난 사건의 처참함!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며 사실적으로 그렸다. 국가적 재난 스캔들을 그린 이 작품은 1819년 살롱에 출품하면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미술비평가들은 연민과 분노스러운 참담함에 매료되거나, 처절한 시체더미를 묘사한 것에 혐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논쟁조차 제리코의 명성을 높였고, 예술가의 역할과 시대정신을 사유하게 하는 이 작품은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 대표작이 되었다.

공동체의 적, 어른들의 탐욕으로 꽃다운 생명을 빼앗은 2014년. '세월호 참사'처럼 기득권층의 무책임으로 생기는 사건의 세상, '자신의 분신! 자식 같은 작품을 불태우는' 새로운 미술 형식으로 '시대정신'을 담은 메시지를 던지려고 강원도 정선에서 '국제불조각축제'를 기획했었다. 대형 조각 작품을 제작, 설치한 뒤에 전시 마지막 날 불태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제의적인 아트페스티벌이었다. 자신의 작품이 불멸이기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는 반대로 '역발상'과 '반전'으로 친환경적인 소재로 조형물을 완성하여 불에 태워, 완전 연소를 통한 새로운 문화 창조(창조적 파괴)를 시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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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때, '문화올림픽' 메인 행사 5개 중 하나인 설치미술전 '파이어 아트 페스타(Fire Art Festa 2018)'를 강릉 경포해변에서 '미래를 향한 헌화가(獻火歌)'를 주제로 연다. 지식보다 상상력, 역사보다 신화의 힘을 믿는 탐미적 낭만주의자는 생각한다.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만든 지상 최후의 명품이 성화(聖火)처럼 불타오르는 날, 자연으로 귀환하는 불길 속의 미술작품이 '인간이란 존재의 무한성'과 함께 대중은 무엇을 공감하게 할지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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