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아픔 나누고자 시민 3명이 기획…취지 설명·포토타임도

'평화의 소녀상'이 거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민들을 만난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30일부터 삼화여객이 운행하는 고현 순환버스를 타고 거제 시내를 누비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는 거제시민 이상철, 하준명, 배윤기 씨가 기획했다. 박근혜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이면합의'로 국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피해자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자 마련한 이벤트다.

하준명 씨는 "일본군 성범죄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했다"며 "또 지난 정권이 맺은 졸속 '한·일 위안부 합의'와 불법적 이면합의에 분노하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뜻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생각을 적는 공개 게시판 마련도 논의 중"이라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세계 그 어떤 민족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평화의 염원에서 작은 행동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제 시내버스 탄 소녀상. /하준명 씨

소녀상은 추위를 견딜 모자와 목도리, 버선을 착용하고 있다. 또 소녀상 옆에는 자원봉사자가 탑승해 손님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기념사진 촬영 등을 도와주고 있다.

애초 기획자 3명이 담당하려고 했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시민들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고 기획자들은 설명했다. 2일부터는 거제옥포고 학생 등 20여 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시민 반응도 뜨겁다. 옆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소녀상을 만나고자 순환버스를 몇 대 보내고 타는 시민들도 있다. 또 꽃다발을 소녀상 옆에 놓아준 시민들도 많다.

더불어 이번 행사는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74곳 소녀상 거제 모이다'를 알리는 의미도 있다. 소녀상이 앉은 버스 창가에는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전시회는 '소녀상 나들이'를 공동 기획한 이상철 씨가 사비를 들여 준비하는 것이다. 전시작품은 '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세진(29·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씨가 노숙까지 하며 전국을 돌면서 그렸다. 한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소녀상 버스 나들이는 경남에서는 거제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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