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언어 파괴 경계를
바른 우리말 쓰기 노력해야

'우리말'이 다양한 형태로 비틀리고 파괴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은어, 이미 우리말로 대체 불가할 정도로 넘쳐나는 외국어, 국적 불명의 신조어 등으로 우리말만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이를 두고 세대 단절이니 사회 갈등이니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식체'나 '야민정음'과 같이 우리말을 파괴해서 쓰는 청소년 언어에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등 일종의 청소년 놀이 문화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시대든 규범을 비틀고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가 다양한 은어를 유행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그들이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세대의 당연한 심리라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파피루스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식의 글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다만 비속어가 많이 섞여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거나, 상대방을 비하하는 말, 부정적인 의미가 있음에도 이를 모르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단어에 담긴 의미를 가르쳐 줬더니 사용 빈도가 확 줄었다는 사례가 있다. 많은 아이가 비속어나 부정적인 의미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재미'로 '은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말의 가시는 때로는 그 어떤 물리적인 폭력보다 큰 상처가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 중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문제는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우리말이 무분별하게 외국어에 오염되고 있는 것이라고 최근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낸 이우기 씨는 말했다. 한편으로는 우리말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익숙한 어려운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뜻밖의 분야에서 발견했다.

지난달 한마음창원병원 최주원 교수는 '하지 정맥류' 인터뷰 도중 '심부정맥'과 '표재정맥' 대신 '깊은정맥' '얕은정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전문용어 대신 환자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의사가 많아 처음에는 그런 경우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기사에는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하기에 마지막에 최 교수에게 '깊은정맥=심부정맥' '얕은정맥=표재정맥'이 맞는지 확인하자 "그렇게 고치지 마라"고 말했다. 표재정맥과 심부정맥은 일본식 한자의 의학용어로, 최근에는 우리말 위주의 의학용어로 바뀌면서 '얕은정맥'과 '깊은정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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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나 의료계는 알아듣기 힘든 용어를 쓰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어려운 용어 사용은 종종 '권위의식'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 의료계에서도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익숙한 단어를 대체할 우리말이라고 발표된 것을 보면 억지스러움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테일러드 재킷은 시크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글리터링한 디테일이 있어 모던하면서도 에지 있는 파티룩'과 같은 암호문(?)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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