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전반서 창작물까지 지난해 도내 학생 156권 펴내
출판기념회 열고 책 소개도…도교육청 올해 100개교 지원

학생들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진주 명신고등학교 학생 9명이 진주를 소개한 <진주,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들은 처음 책을 만드는 '설렘'과 진주의 주요 행사가 '가을'에 있는 것에 착안해 '설렘 가득한 가을'을 저자명으로 정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저자들은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았고(강상혁 학생),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김경민 학생),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홍승모 학생)"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지난 1년간 경남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펴낸 책은 156권에 이른다. 학교에서 열리는 학생 출판기념회, 이제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다.

책 출판과 기념회는 '학생 책쓰기 지원사업'으로 가능했다. 학생 독서, 책쓰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독서활동과 인문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창원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출판기념회. /마산무학여고
창원 마산무학여고 출판기념회. /마산무학여고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014년부터 교육부 지원을 받아 시행하다 2016년 교육청 자체 예산 1억 6000만 원을 반영해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2015년에 12개 학교가 참여했고, 2016년에 100개 교로 대폭 늘었다. 이는 지난해 경남교육 역점과제 중 '도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책 읽기'와 맥을 같이한다.

교육청 창의인재과 관계자는 "이 사업은 책 발간이 목표가 아니라 인문학적 경험을 쌓고 예비 작가 지망생, 자기를 표현하고픈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추진하고 있다. 책은 규격이나 내용에 제한이 전혀 없다. 2016년에 교지 형태로 학교생활 전반이나 후기를 담은 내용이 많았다면, 지난해에는 개인 창작물이 많았다. 2016년 책 형태 발간물이 70여 권이었다면 2017년은 두 배로 늘어 붐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창원 광려중학교 출판기념회. /광려중

창원 광려중학교는 지난달 7일 학교 역사관에서 학생 작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여느 출판기념회처럼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사인회, 책 후기 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학생 작가 13명이 쓴 책 중에는 200쪽이 넘는 창작물도 있고, 감성을 드러내는 작품 등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름의 색깔을 뽐내고 있다.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14일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2학년 학생 전원이 각각 쓴 시집을 기념하고자 학부모와 교사, 학생 50여 명이 모여 시를 읽으면서 지난 과정을 공유했다. 무학여고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시인 12명을 패널로 초대해 이들의 시를 관객과 함께 읽고 시와 관련된 일화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책 발간은 초등학교에서도 활기를 띠었다. 진주 촉석초등학교 책읽기 동아리는 지난해 11월 <내 머리한테 미안하다>는 시집을 발간했다. 2016년 <토박이말 바람꽃>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하동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은 18명 전교생이 참여한 <왕성골 별빛소리>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화개초 왕성분교장은 2015년 <하늘 위의 마을>, 2016년 <꽃등>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학생 책쓰기를 돕는 진해여자중학교 강혜린 교사는 "2014년 여름 책 출판을 목표로 지도하면서 교지 형태 문집과 차별화하기까지 과정이 어려웠다. 학생들이 주제를 탐색하고 쓰고 싶은 글과 쓸 수 있는 글은 다르다. 처음 생각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작가를 희망하는 한 학생이 "불확실한 직업을 꿈꾸는 건 아닐까요?"라며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고 책 쓰기 활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결과물도 좋지만 자신의 책을 다른 사람들이 읽게끔 내놓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자기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고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아이들 글을 읽고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처음과 달리 책을 완성하지 못해도 실패한 경험으로 남지 않도록 삽화를 그리도록 독려하거나 후기를 같이 남기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학생 저자 출판물은 156권으로 교육청 제2청사 1층 북카페와 옛 마산 구암중학교에 건립 예정인 북카페 '지혜의 바다'에 상설 전시된다. 정식 출판된 책은 5권이다. 2016년 책 쓰기 동아리 '꿈으로 지은책'(진해여자중학교)과 '합포와 숲'(합포고등학교)은 <바람꽃>, <아이, 유>를 각각 펴냈다. 이 책은 지난해 전국 인문책 쓰기 동아리 211팀 중에서 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교육부로부터 출판비를 지원받아 정식으로 출판됐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거제공업고등학교 학생의 <내 삶의 흔적>은 2쇄 인쇄를 준비 중이고, 올해 초 2권이 추가될 예정이다.

교육청은 올해도 자체 예산을 확대하고, 공모를 통해 총 100개 학교 책쓰기 동아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진주 명신고 출판기념회. /명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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