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울지역 등 예술시설서 아카이브 구축·프로그램 운영
포럼서 단순 전시형 지양 주문...연극 매력 알릴 방법 연구해야

지난해 9월 마산 연극 기록을 간직한 마산연극관이 불에 타 희귀자료 7000여 점이 소실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위치한 마산연극관은 이상용 극단 마산 대표가 100년 된 마산연극 역사를 기록하고 대중에게 알리고자 사비를 털어 2012년 문을 연 곳이다.

연극관이 화재로 폐관 위기에 처하자 지역 연극인들이 재개관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왕이면 좀 더 전문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경남을 아우르는 공공시설로서 '도립 경남연극관'을 설립하자는 요지다.

지난달 30일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연 제7회 경남연극인대회 포럼에서 경남연극관 설립 제안 배경을 두고 필요성과 방향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연 경남연극관이 왜 조성돼야 하며,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 지 등 연극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무대 의상 코너.

◇경남연극관 구성과 운영 방향은

도립이나 시립으로 운영되는 공연예술문화 관련 시설은 어떻게 자료를 축적, 기록하고 있으며 콘텐츠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있을까?

'경남연극관 설립 제안 배경과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정현수 경남연극협회 자문위원이 관련 시설을 직접 찾아 사례를 분석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연극센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을 중심으로 운영 실태를 살폈다.

연극관 설립을 위한 관련 시설 특징만 간략하게 꼽자면, 먼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대규모 문화예술콘텐츠를 포괄하고 있다.

공연예술 아카이브 시설 내 연극 코너에는 1970~80년대 서울 소극장 중심으로 활동한 극단과 예술가들 활동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모두 원본이라 보존가치가 충분하다. 열람시스템 코너와 수장고가 별도의 공간에 마련됐다. 다양한 콘텐츠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연극센터는 연극 예술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공연예술 관련 전문도서와 잡지들이 비치된 도서관과 연극 지원 공간인 아카데미룸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과 공연장 정보 제공, 도서자료 서비스, 연습실 대관, <연극人> 웹진 발행,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시설 활성화를 꾀한다.

서울연극센터 연습실인 아카데미홀.

한국 최초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인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195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극과 무용, 창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 공연 동영상과 사진, 대본 등을 전시해 관람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자문위원은 직접 분석한 관련 시설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경남연극관 구성안을 제시했다.

"연극관 같은 시설에는 아카이브 전시실, 연극 전문 도서실, DVD 등 자료 열람실, 소극장 겸 연습실, 세미나실, 수장고, 사무실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서 경남도가 시설 소유주로 경남연극협회에서 수탁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주요 기능으로는 도서관리, 시설 공간 대여, 기획전시, 연극 아카데미, 홈페이지 운영, <경남연극> 전문지 발행을 꼽았다.

그는 경남연극의 사료 보존과 연극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경남연극관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자료 관리와 활용을 위한 도 단위 시설이 조성돼야 한다. 전시뿐 아니라 전문 교육 프로그램 사업 등도 경남연극관의 중요한 사업이다."

공연예술박물관 무대 미니어처.

◇누구를 위한 경남연극관인가

"단순히 기록과 전시 위주의 연극관 설립은 지양해야 한다."

경남연극관 설립 배경을 두고 경남 연극인들은 공감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주문했다.

발제가 끝난 후 이뤄진 토론에서 김수희 경남연극협회 자문위원, 이정훈 경남연극협회 사천지부장, 진경호 경남연극협회 마산지부장 등은 경남연극관 설립 목적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 단순히 연극인들을 위한 공간 조성을 경계하자는 목소리다.

이정훈 사천지부장은 연극관의 실효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관 이용자는 도민이다. 이들 호기심을 사로잡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아카이브 전시실. /정현수 경남연극협회 자문위원

김수희 자문위원 역시 도민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질문했다.

"연극은 왠지 어렵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경직된 생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는 관심을 끌 수 없다. 직접 체험하면서 연극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경남연극관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질문에 정 자문위원은 그 순간만 볼 수 있는 연극의 휘발성과 이로 인한 단발성의 가치에 집중했다.

"경남에 문학관, 음악관, 미술관은 있지만, 연극이란 장르를 전문적으로 다룬 공간은 없다. 이런 점만 봐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극이란 장르는 한 번 보면 끝이다. 지나고 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자료가 남아 있고 이를 전시한 공간이 있으면 예술적 감흥을 되살릴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봐도 연극관 설립은 실효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양한 기획전시와 프로그램, 행사 등 폭넓은 콘텐츠를 통한 관람객 유치를 예로 들며 경남연극관 설립 당위성을 풀어냈다.

정 위원은 마지막으로 행정과 연극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경남연극관 설립 인식을 공유하고 공감의 장을 확산시킬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30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열린 경남연극인대회에서 '경남연극관 설립 제안' 주제로 포럼이 열리고 있다. /경남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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