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섭·박태성 지음
1800년대 학자 김려, 마산 근해서 물고기 연구 뒤 어보로 남겨
저자, 살 붙여 어류·생활사 등 해설 "문화자원으로 활용" 강조

연초에 팟캐스트 방송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했다. 매번 모임 장소가 고깃집이라 반기를 들었다. 나 포함 네 사람 몫의 회비를 돌려 서둘러 마산 어시장으로 향했다. 상 차려 줄 카페 사장의 취향을 반영해 해삼과 멍게는 쉽게 선택을 했는데 정작 회를 선택할 때는 평소 없던 결정 장애가 밀려온다. 회를 수없이 먹었어도 내가 뭘 먹고 있는지 고민이 없었다. 몇 가지 생선을 제외하면 그냥 뭉뚱그려 '생선회'다. 사람이 많지만 고기를 잔뜩 먹은 후라는 것을 설명하고 횟집 사장님께 추천을 받았다. 겨울에 가성비 최고라는 '밀치(가숭어)'와 '광어'를 골랐다. 그날 회로 배를 채웠다. 마산 어시장의 축복이다.

<우해이어보> 이야기를 먼저 하자. <우해이어보>는 1803년 담정 김려가 가톨릭교 신봉 혐의로 당시 진해현(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으로 유배돼 왔다. 2년 반 동안 어부들과 근해에 나가 물고기를 조사해 연구 기록한 것이 <우해이어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더 오래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보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신우해이어보>는 김려의 <우해이어보>를 바탕으로 저자가 경남도민일보에 1년 6개월 정도 연재한 글들을 추려 엮은 책이다. 단순한 한문 번역을 벗어나 신문 연재에 맞게 계절을 살렸고 생물도감을 참고했고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있다. 옛글을 참고했지만 담정이 몰랐던 부분을 지적하거나 2년 반 짧은 시간을 살다간 유배자에게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제법 보충하고 있다.

책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에 실린 옛 그림. 민화 '쌍어도'.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책 읽는 내내 궁금했던 <우해이어보>의 원문과 번역문을 만나게 된다. 누구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궁금한 독자는 손품을 팔아야 한다. <우해이어보 원문>은 느낌을 살려 빛바랜 종이에 원문을 스캔한 듯 세로 읽기다. 여섯 개의 '사진으로 보는 어류 해설'이나 글 첫 부분에 희미하게 넣은 어류 사진은 글 이해를 돕는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쉼 없이 전해진다.

경상대 출판부 김종길 편집장이 신문 연재 1회를 보고 저자에게 연락하고 책 출간 제의를 한 이유를 알겠다. 그것은 잘할 수 있겠다는 깜냥에 맞는 욕심이었고, 지역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김홍도 '고기잡이'(단원풍속도첩).

저자의 소망이 담긴 글로 이 글을 갈무리한다.

p237. "<우해이어보>가 우리 지역의 미래 자원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활용 방안을 제시해 본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미래의 문화 자원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담정이 유배를 살았던 장소를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 …<우해이어보>에 실린 다양한 어법의 정리는 우해 지역의 생활사 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향후 <우해이어보>를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때 중요한 체험 대상이 될 것이다."

342쪽, 경상대 출판부 펴냄, 1만 7000원.

안중식 '어해도'.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