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유아교육 혁신안 발표 "주입식 교육 발달단계 부적합" 자유놀이 방식으로 과정 개편
학부모 '양극화 심화'지적 "영어학원부터 폐지해야" 반발

교육부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논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논의 중'이라는 발표만으로도 어린이집·유치원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영어, 한글 등 초등학교 준비 위주 학습과 습득을 위한 주입식 교육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유아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개별 유아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유놀이 방식으로 교육 과정을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어 등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도 포함되지 않은 교과목과 같이 유아 발달단계에 부적합한 내용 위주의 방과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어린이집 관할)에도 "새 학기부터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이 전면 금지되는 만큼 어린이집도 영어 특별활동 수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치원 교육과정에 특성화 활동이 금지돼 있다. 이후 방과후 수업 시간 외부 강사·교재를 통해 영어, 과학, 미술 등 다양한 수업이 선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 유아 1인당 하루 1과목 1시간 이내로 특성화 활동을 할 수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영어 방과후 수업 파악은 어렵지만 도내 공립유치원 413곳 중 394곳이, 사립유치원 268곳 중 259곳이 특성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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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수 유치원은 일주일에 영어 2회, 미술 2회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부모가 과목당 월 3만 원 안팎을 부담한다. 일명 부모들 사이에서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 유아학원은 창원 11곳 등 도내 27곳으로, 학원으로 등록돼 선행학습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부모들은 "유아 조기 영어교육을 금지하려면 먼저 영어유치원, 학원 등 사교육 시장부터 없애 돈을 가진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을 동등하게 만들어 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토론방에도 유아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한 글들이 올라 오고 있다.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전 연령대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 영어를 습득하는 지름길이자 꾸준히 공부하는 힘은 흥미다. 학교에서 본격적인 영어 학습에 들어가기 전 과목이 아닌 다른 나라의 흥미로운 언어로 인식시키는 것이 유아 초등영어의 목표"라며 "쓰기, 읽기, 시험도 없는 환경에서 노래, 율동, 게임으로 진행하는 영어 시간은 놀이시간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아 영어교육을 금지하려면 초등 3학년 영어 교과서에 ABC 파닉스부터 가르쳐야 한다. 10살 대한민국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Good morning(굿모닝)'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건가"라는 의견을 적었다.

"시기 문제가 아니고 영어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사교육이 없어진다. 이러한 방침은 결국 사교육 조장이며 교육의 양극화만 심해질 뿐이다. 영어학원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글도 있다.

이는 영어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데 영어교육 금지를 내세운 교육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경상대 영어교육과 김은정 교수는 "영어뿐만 아니라 언어는 많이 접할수록 표현을 잘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설명대로 놀이보다 영어 교육이 과하다면 문제가 되지만, 일주일에 2~3번 다양한 형태로 우리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공교육에서 안전하고 저렴하게 지원해야 하지만 유아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일방적으로 교육 자율성을 침해하는 현 모습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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