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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와 분권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부쳐

[이제는 분권이다] (프롤로그) 변방·비하 의미 포함한 '지방'용어 사용 지양

2018년 01월 08일(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올해 6·13 지방선거 전후까지 주 1회 연재될 이 기획이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지역'을 여행하듯 하는 기획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독자에겐 외면 받고, 기자에겐 갑갑하기만한 감옥이 되지 않을까? 지금 마음이 설레기보다는, 무거운 걸 보면 후자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래서 마음을 토닥이며 이렇게 방향을 잡기로 했다. "뒷짐 지고 산책하듯 살랑살랑 '지역'을 여행하는 기획을 하자.", "이왕이면 행선지를 자주 바꾸지 않고 머무는 여행, 거기서 본 현상과 문제가 자연스럽게 '분권'과 만나도록 하자.", "목표는 분명하게 하자. 지역의 자치와 분권으로!"

◇기획 전체 흐름

여행은 패키지보다는 배낭여행 쪽이 좋겠다. 이곳 찔끔 저곳 찔끔,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는 좌충우돌하더라도 한 곳에 잠시라도 머무르는 쪽을 택하겠다. 여행의 주요 행선지를 '편'으로 나누고, 각 편마다 어느 정도 머무르면서 그곳을 스케치하고 해부할 생각이다.

첫 행선지는 '지역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잡았다. 서울·수도권과 비교되는 지역의 실태, 실태를 인식하는 지역민들의 생각을 담을 계획이다. 다음 행선지는 '왜 분권인가'이다. 지역의 문제를 풀 해법으로 왜 분권을 다시 제시하는지, 그 시점은 왜 지금인지 알아보려 한다.

그리고 '개헌을 통한 분권'으로 갈 계획이다. 분권과 개헌이 왜 올해 지역의 최대 화두인지,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건지, 뒷짐 풀고 다뤄보겠다. 다음 갈 곳은 '개헌을 통하지 않는 분권실현 방안'이다. 기획을 준비하면서 자주 부딪힌 것이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이었다. 지금으로선 그럴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다. 개헌을 통하지 않고 정부 정책과 관련 법률 개정으로 진전 가능한 분권 내용이 무엇인지 짚어보겠다.

'자치분권 개괄'과 '분야별 분권의 내용'이 그 다음 향할 행선지이다. 분권의 뼈대와 뼈대에 붙은 신경·살집·피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현미경을 들이대는 곳이다. 주민자치와 단체자치로 크게 구분되는 내용, 단체자치의 뼈대인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의 개요와 현황, 교육자치·자치경찰제의 개념·실태·방향을 여기서 다룰 계획이다. 볼 것도, 들을 것도 많은 곳인 만큼, 여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행선지가 될 듯하다.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이어서 갈 곳이 '우리가 겪은 자치분권 사례'이다. 재미없고 딱딱한 이론을 벗어나 우리가 전국에서, 혹은 경남에서 직접 겪은 분권 사례를 생생하게 다시 만나는 행선지이다. 분권을 담당하는 공무원, 분권을 가르치는 교수, 분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분권 말만 꺼내면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한다"는 점이다. 분권 기획 내내 이 문제를 염두에 두겠지만, 특히 이곳 행선지에서 중점적으로 감안할 생각이다.

그즈음 되면 6·13 지방선거가 임박하고, 분권여행은 막바지에 이를 것이다.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숨 고르기 단계인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로드맵'이라는 행선지에서 정부가 어떤 분권목표와 실현방안을 세웠는지, 출범 후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는지 다룰 것이다. 이윽고 여행의 종착지인 '지방선거와 자치분권'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개헌과 관련법률 개정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치분권의 진전이 있었는지, 지방선거 이후 전망은 어떤지, 과제는 무엇인지 짚을 계획이다.

◇용어 사용 원칙

'지역', '분권'과 관련된 용어가 요즘 혼란스럽게 사용된다. '지역'과 '지방'도 혼재돼 쓰인다. 어느새 정부는 '지방분권' 대신에 '자치분권'이라고 쓰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지방'이란 용어다. 현재 지방은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처럼 법률적으로 공식화된 용어다. 우리가 지방자치, 지방분권 혹은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처럼 법률적 공식화에 따른 결과다. 이는 자연스럽게 행정용어로 연결돼 있다. '지방대' '지방자치단체' 수준을 넘어 '경남지방경찰청' '경남지방병무청' '경남지방중소기업청' 식으로 지방을 넣을 필요가 없는 행정기관명까지 폭넓게 쓰인다.

문제는 지방이란 용어에 내재된 변방, 종속, 비하의 의미다. "걔 지방대 나왔대" "지방에서 왔어요?" 요즘 우리 일상이나 드라마 대사 속에는 구체적 지명도 없이 '지방'이라는 말로 서울 외 지역을 '퉁'친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지방충'이라는 용어는 더 심각하다. '서울에 기생하는 수험생, 유학생'에서 '지방에 사는 하층 족속'으로 확대된 이 용어는 지방을 변방, 주변으로, 지방에 사는 사람을 주변인으로, '루저'로 비하한다.

창원시 내서읍의 이우완(44·국문학 석사과정 수료) 씨는 "표준어의 상대 개념으로 쓰는 '방언'은 '지역적 요인'이나 '사회적 요인'에 의해 달리 사용되는 언어를 말한다. 이때 '지방적 요인'이 아니라 '지역적 요인'이라고 한 것은 서울말 역시 하나의 방언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여러 방언 중에서 서울방언을 표준어로 선택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역'과 달리 '지방'이라는 용어에는 서울을 제외한 주변부라는 개념이 포함되었다고 보는 견해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지방이란 용어를 그렇게 이해하는 게 주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사례는 이를 객관화하려는 시도다.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국회의원은 "지방분권법을 지역분권법으로 바꾸는 것은 지역 주권회복의 선언이 될 것"이라며 '지방분권법(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지역분권법'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률용어부터 지방 대신 지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해 10월 강원도의회는 '강원도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지방'을 '지역'으로, '지방분권'을 '지역분권'으로 모두 바꿨다.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지방분권'으로 쓰던 것을 출범 이후 '자치분권 로드맵'처럼 관련 용어를 '자치분권'으로 공식화했다.

이 기획에서는 법률적, 행정적으로 공식화한 '지방'이란 용어는 그대로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지역'으로 통칭한다. 분권 용어도 법률·행정상 고유명사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역분권', '자치분권'이라고 쓰겠다. 특히 자치단체와 함께 분권의 주체인 주민은 '주민자치' 등 법률·행정적 쓰임 외에는 '지역민' 혹은 '지역주민'으로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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