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크레인 사고 피해자 자비로 치료…트라우마까지
공단 "물량팀장 사업주 판단"…부상 집계 빠진 노동자도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당시 다치고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산업재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사고자 명단에서 누락된 이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ㄱ(55) 씨는 지난해 5월 1일 삼성중공업 참사 현장에 있었다. 이날 크레인 쇠줄이 다리를 강타해 다쳤다. 당시 물량팀장으로, 도장 작업을 했다. 팀원을 모아서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여 명과 함께 일했다. 하청업체는 물량팀에 일을 주고, 물량팀은 그 일을 처리하면서 팀원에게 일당 등을 지급한다. 하청업체는 물량팀에 일을 주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더 위험하고 힘든 일을 맡는 물량팀은 '위험의 외주화' 끝에 있다.

ㄱ 씨는 하청업체가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일거리를 주겠다고 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 물량팀인 '돌관('돌격해 관철시키자'는 의미로 사용되는 조선업 노동자 은어)으로 일하러 다녔다.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지 않으면 안 쓰겠다고 해서 만들어서 들어갔는데, 사고가 나자 부상자 명단에 포함돼 산재신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12일간 입원 치료, 5개월간 자비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충격으로 트라우마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하청업체와 ㄱ 씨가 도급 계약을 했고, 물량팀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 등으로 볼 때 ㄱ 씨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10월 산재 신청을 기각했다. ㄱ 씨는 자신은 도급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며, 8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다시 산재 신청서를 냈다.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측은 "당시 ㄱ 씨가 노동자 신분이 아니고, 사업주라고 판단했다. 노동자만 산재신청을 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재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ㄱ 씨의 산재 심사 청구를 맡은 법무법인 '믿음' 김태형 변호사는 "사업자 등록을 한 물량팀은 형식적으로 '위장 도급' 형태다. 산재 신청하니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라고 하고, 이제는 2∼3개월간 물량팀을 운영하면서 4대 보험료도 안 냈다며 산재보험, 고용보험료까지 내라고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 ㄴ(34) 씨는 다리 부상과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아예 부상자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집안일로 급하게 타지역에 가야 했던 그는 하청업체에 보고를 했지만, 치료 안내를 받지 못해 4개월간 다리를 절며 자가 치료를 받았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사고 현장에 노동자 100여 명이 있었다. 이 노동자처럼 사고를 당하고도 통계에서 은폐되고, 치료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가 더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ㄴ 씨처럼 업체에 보고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고의적인 누락, 은폐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현장 재해 상황과 내용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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