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운영사 제재로 삭제케한 독일
우리도 규제법 제정 논의 시작해야

독일은 작년 6월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관련된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업체가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이 담긴 게시물을 발견한 지 24시간 내(판단하기 애매한 게시물은 1주일 내)에 삭제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최고 5000만 유로(약 640억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것이 이 법의 뼈대다. 벌금 부과 대상은 회원이 200만 명 이상인 SNS 운영사다. 이들 기업은 6개월마다 가짜뉴스·혐오발언 내용과 처리 내역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 법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는데 지난 4일 첫 적용 사례가 나왔다.

독일 쾰른 경찰이 새해인사를 여러 가지 언어로 트위터에 올리면서 아랍어를 포함시킨데 대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 소속의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의원이 "경찰이 왜 아랍어로 트위트를 하느냐. 야만적이고 집단성폭행을 일삼는 무슬림 남성 무리를 달래기 위한 것이냐"라고 트위트로 썼다가 게시글이 삭제되고 12시간 동안 계정이 차단됐다. 그러자 슈토르히 의원은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도 올렸는데, 마찬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같은 당의 알리스 바이델 전 공동최고후보도 무슬림 난민들을 겨냥해 "외부에서 온 뒤 마약을 사용하고 약탈과 학대, 흉기로 해를 입히는 이주민에게 굴복하고 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이런 조치를 한 주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운영사다. 이들 게시물을 그냥 뒀다가는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독일 정부가 검열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짜뉴스 생산자와 혐오발언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SNS 운영사에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목소리도 나올 듯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했다. 뼈대는 법원이 언론사의 가짜뉴스 게재 중단, 홈페이지 접속 차단,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SNS계정 폐쇄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이 법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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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권리 행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 어떤 것이 가짜뉴스이고 어디까지가 혐오발언인지 그 경계를 정하기도 쉽지 않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가짜뉴스, 혐오발언을 막으려다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말할 권리까지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우리도 당장 규제법을 제정하자고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의 폐해가 크기 때문에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이제는 규제법을 제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누가 판단할 것인지, 어느 선까지 제한할 것인지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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