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외 교통망 사실상 마비…제설장비도 여전히 부족
'눈 올 때마다 도시 마비' 앞으로도 반복할 듯

10일 오전 한때 채 1시간도 안 돼 2㎝ 정도 쌓인 눈 때문에 창원 지역 곳곳에서는 혼란이 벌어졌다. 순간적으로 주요 간선도로에서 차량 정체가 발생했고 시내버스는 운행을 멈췄다. 동읍 등지에서는 2시간 동안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었으며, 급하게 전화로 월차를 통보하는 직장인도 많았다. 이미 대부분 출근을 완료한 시점이어서 혼란은 다소 덜했지만 "이 정도 눈에 도시가 마비되나"라는 의구심을 품는 시민이 많았다.

지난 2014년 12월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펼쳐졌었다. 당시 새벽부터 오전까지 적설량은 '2.5∼5㎝'를 기록했는데, 창원은 출근길 대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날 경남 내륙 지역에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이에 대비해 새벽부터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준비하긴 했지만 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창원시 전체 공무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1200여 명이 미리 배정된 장소로 나가 제설작업을 했지만, 순간적인 혼란은 막지 못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기상 특보나 주의보는 말할 것도 없고 눈이 온다는 예보가 없었다"며 "기상청이 9일 오후 경남내륙에는 아침까지 눈이 내리는 등 2~5㎝의 적설량을 보이겠다고 해 해안지역인 창원은 눈이 안 올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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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어린교 오거리 일대에 눈이 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 때문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 9시 10분께부터 창원시 제설 시스템이 부랴부랴 작동됐다. 하지만 이미 주요 간선도로는 막히기 시작했고, 경사지 도로에서는 아예 차량운행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했다. 제설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현재 창원시가 보유한 제설 차량은 40여 대로 2014년 당시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의 딜레마인 셈인데, 제설장비 적정량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담당 공무원 고충이었다. 폭설 예보가 있었다면 부족한 장비라도 미리 주요 지점에 배치하고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이날은 '장비도 부족한데 예보도 없었던 눈이 내린 날'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창원시의 대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눈이 '경남 내륙'에 내릴 것으로 한정했지만 어쨌든 경남에 눈 예보가 있었던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준비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시내버스가 운행을 중단함으로써 시민들의 체감 불편도는 더욱 커졌다. 눈 때문에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는데 정작 버스는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고, 시청 담당 부서에는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시가 9시 48분께 보낸 '강설로 시내버스 운행이 일시 중지 및 지체 중'이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보고는 울화통을 터트렸다.

창원시 대중교통과는 "미처 제설이 안 된 곳이 많아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일시 운행 중지 방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회사들도 눈길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 운행 중이던 버스는 막힌 길 위에서 마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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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창원지역 기상예보에 없었던 눈이 내렸다. 이날 오전 창원 삼동교차로 인근 창원대로에 눈으로 인해 차량들이 밀려서 있다. /박일호 기자

동읍과 북면 등 시내 외곽 지역 교통 불편은 더욱 심했다. 2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제설 담당 관계자는 "시내 주요 지점 제설 작업을 우선하다 보니 외곽으로까지 나갈 여유가 없었고, 국도를 담당하는 진영국토관리청 역시 막힌 길 때문에 출동이 늦어지면서 동읍 등에서는 제설 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턱없이 부족한 제설장비를 갖춘 지역에 눈 2㎝가 쌓였고, 창원 지역 시내버스는 눈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운행하면서 여지없이 눈길 대란이 발생했다. 공무원들은 "고생은 하는데 비판만 받는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하소연하지만 창원에서 눈길 대란은 또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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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과 석전사거리 인근 도로가 정체중입니다./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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