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어머니, 장의업체에 위임…유족·지인 없이 시신 화장
유골도 고향 아닌 노르웨이로

37년 전 노르웨이로 입양됐다가 친부모를 찾으려고 고국으로 돌아온 뒤 고독사 한 노르웨이 입양인 채성우(45) 씨가 고국에 묻히지 못하고 또다시 노르웨이로 떠나게 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1일 김해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채 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유족과 지인이 한 명도 없는 쓸쓸한 장례식이었다. 채 씨의 양어머니는 한국에 들어와 아들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한국에 있는 대리인에게 채 씨 시신을 인수토록 위임했다. 채 씨 장례식은 한국의 한 국제화장전문업체가 맡았다.

병원 영안실에 안치한 지 20일 만인 지난 10일 밤 입관한 채 씨의 시신은 장례식 후 밀양화장장으로 옮겨 화장됐다.

친부모를 찾으려고 5년간 노력하다 고독사한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채성우 씨의 장례 절차가 11일 김해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장장에서는 고인이 한때 머물렀던 국외입양인들을 위한 쉼터 '사단법인 뿌리의 집' 관계자 등이 시신을 화장로까지 옮기는 운구를 맡았다. 화장은 2시간여 만에 끝났다. 채 씨의 유골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이르면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노르웨이에 도착할 예정이다.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생전 주변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진 고인은 고국을 두고 다시 머나먼 타국여행길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채 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50분께 김해지역 한 고시텔 침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채 씨는 8세 때인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이후 2013년 친부모를 찾고자 고국으로 돌아와 4년간 서울과 김해 등을 오가며 부모를 찾아 나섰지만 친부모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실패했다.

고인이 김해 한 고시텔에 머물면서 친부모를 찾아나선 것은 어릴 적 김해 인근 보육원에서 지냈던 기억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중앙입양원 정상영 대외협력국장은 "채 씨가 6살 때인 1978년 김해에서 미아로 발견된 기록만 있을 뿐 과거 전력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한다.

채 씨가 고국에서 친부모를 찾을 길이 막막해지자 괴로운 나머지 우울증에다 자주 술을 찾다가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채 씨의 장례식은 최근 노르웨이 대사관을 통해 채 씨 양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장례절차를 협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유족의 위임을 받은 국제화장전문업체 대표는 "노르웨이 유족은 한국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채 씨를 만나고자 애를 태우고 있다"며 "국외로 입양된 고인의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국외입양인이었던 고인의 고독사에 이어 홀로 치른 쓸쓸한 장례식을 두고 국외입양인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또 "고인의 고독사와 쓸쓸한 장례식을 계기로 앞으로 정부가 설립한 중앙입양원이 위기 입양인을 위한 상담과 치료 등에 각별하게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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