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 이후 결혼 가능"
면접복장·몸매 지적까지
직무능력 관련없는 질문도

한 기업체가 채용 면접 과정에서 수치스러운 성차별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내며 취업준비생에게 아픔을 안겼다.

김모(25) 씨는 지난 9일 부산의 한 언론사 채용 면접을 봤다. 이 언론사는 채용사이트에 적힌 김 씨의 이력을 보고 면접을 보자고 연락을 했다. 이 언론사는 김 씨에게 면접복장이 아닌 스키니진을 입고 상의를 하의에 넣고 오라는 등 면접 전부터 직무 능력과 관계 없는 말을 했다.

김 씨는 면접에 앞서 언론사에서 제공한 사전 질문지를 보고 놀랐다. 질문지에는 결혼계획, 주량, 종교, 가족관계 등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면접에서는 채용과 관계없는 질문만 오가며 반말과 모욕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김 씨는 "치마를 입은 다리를 보고 운동 좀 해야겠다는 둥, 옷맵시를 보게 걸어봐라는 둥 성희롱 발언을 시작했다. 또 여직원과 술자리 독대를 자주 하는데 자기가 술을 마시자고 한 날은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나랑 마셔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김 씨가 사전질문지에 결혼계획을 넣은 이유를 묻자 면접관이 "결혼은 입사 후 3년 이후에 가능하다. 입사 1년 만에 결혼하면 유급휴가를 일주일이나 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아이가 생기면 일에 차질이 생기고, 출산휴가를 돈까지 주면서 보내야 한다는 인권침해 발언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132.jpg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외에도 김 씨는 "여자기자를 뽑는 이유는 초봉 150만 원이면 쓸 수 있고, 남자 정치인이 여기자가 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성차별 발언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같이 면접을 봤던 다른 여성 면접생들도 <경남도민일보> 통화에서 "수치심을 느꼈고 여자라서 받는 차별이 싫다"고 밝혔다. 과거에 이 언론사 면접을 본 다른 여성 역시 "술자리 독대 후 라이브바에서 노래 부르고 집에 가는 일정이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그 외에도 성희롱성 발언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이 언론사 관계자는 면접 당시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성희롱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기자를 30년 한 사람이다. 인권침해를 할 의도는 결코 없었다. 면접자가 수치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미안하고,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회사가 상당히 힘들어져서 솔직하게 말을 했을 뿐이다. 또 인터뷰 위주의 기사를 생산하는데 남성CEO가 많아 여성기자를 좀 더 우대하고 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차별, 성희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명확하게 행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성차별이나 성희롱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결혼 여부를 묻거나 계획을 묻는 행위는 성차별적 요소"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함께 면접을 본 이들과 함께 성차별 발언을 한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넣을지 논의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