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자리 예산 18조 원, 역대 최고액 투입했으나
취업자 수 증가 효과 미미 "결국 기업 선택에 달려 재정 지원만으론 한계"

작년에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역대 최고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일자리 창출 실적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재정 투입만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기업과 노동계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등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최대 규모 일자리 예산 =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 17조 736억 원으로 2016년보다 약 7.9%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경 예산까지 고려하면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예산은 18조 285억에 달했다.

올해는 본예산을 기준으로 작년보다 12.6% 늘어난 19조 2312억 원이 일자리 예산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 지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며 공무원 증원은 별도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지난해 역대 최고 규모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일자리 창출 실적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공공기관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적극적인 재정으로 고용 창출을 촉진하거나 경기 변동·구조적 변화 때문에 취약계층이 겪는 실업의 충격을 줄이고 취업·고용 관련 기반을 지원해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 예산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취업자 수는 2655만 2000명으로 전년 취업자 2623만 5000명보다 31만 7000명(1.2%) 늘었다.

2016년 취업자 수는 2015년(2593만 6000명)보다 29만 9000명(1.2%) 늘었고, 2015년 취업자 수는 2014년(2559만 9000명)보다 33만 7000명(1.3%) 증가했다.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2015년 14조 원, 2016년 15조 8245억 원, 2017년 17조 736억 원 수준이었다. 작년에 일자리 예산을 전년보다 7.9% 늘렸는데도 취업자 수 증가율은 1.2%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셈이다.

실업자 규모로 본 고용 상황은 작년이 최악이다. 2017년 실업자 수는 102만 8000명으로 2016년보다 1만 6000명 증가했으며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연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정부가 지난해 역대 최고 규모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일자리 창출 실적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경기고에서 열린 산업은행 채용 필기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으로 일자리 창출 한계 =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는 일자리 예산이 일자리 창출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직접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수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선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거나 기업이 성장 전망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투입은 일시적으로 경제가 아주 좋지 않을 때 일자리가 빨리 줄어드는 것을 완화하는 미봉책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업은 고용이나 임금과 관련한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해 경직성을 줄일 필요가 있고 보수 정부보다는 진보 정부가 이런 일을 하기에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우려가 있지만 정부 대응에 따라서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률(16.4%)이 물가상승률 10배에 해당하는데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영업자처럼 상대적 약자인 이들이 지급하는 것이 최저임금인데 을을 위해서 또 다른 을이 희생하는 구조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자리 안정자금 등이 예상만큼 집행된다면 최저임금의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일자리 예산이 목적에 맞게 잘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부는 재정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고 민간이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자리 정책이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돈을 얼마 투입하면 일자리가 바로 얼마만큼 늘어난다는 식으로 연결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정부가 (재정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상황이 훨씬 악화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하는 것은 민간이 고용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기 변동이 심할 때 마찰적 실업이나 그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하며 직업훈련 등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기반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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