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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언론, 진짜 기자'란 이런 거구나

[실습생이 간다]영화 <1987>을 보고
사회공헌이라는 책임감기자 직업의식 빛나
왜곡된 진실 알리고자 위험 무릅쓰고 취재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고민하고 할말은 했다

2018년 01월 17일(수)
안지산 김혜주 강소미 webmaster@idomin.com

얼마 전 실습생에게 영화 <1987>을 보되, 거기에 나오는 기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보도지침으로 엄혹한 시절 묻힐 뻔한 사건을 끝까지 파헤친 기자들이 있었기에 세상에 드러나게 됐으니까요. 또, 특정한 시대였고 특수한 기자들이었기에 용감하게 보도를 한 게 아니라, 그저 기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걸 알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럼, 실습생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1987년, 남영동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고문치사로 사망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심장 쇼크사로 죽었다"는 발표를 했지만 기자들은 믿지 않았다. 당시 죽어버린 박종철을 남영동에서 치료했던 의사를 찾아가 취재한 동아일보의 윤상삼 기자는 의사에게서 결정적인 말을 듣게 됐다. '바닥에 물이 흥건했고….' 그는 직감으로 고문치사임을 느낀 것이다. 신성호 중앙일보 기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인물인데, 영화에서 6년째 법조를 출입하던 신 기자는 "경찰, 큰일 났어"라던 한 공안과장의 말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추가 취재에 나서 경찰이 고문을 하다가 대학생을 죽였다는 특종을 보도했다.

▲ 영화 <1987>에서 대학생 박종철의 죽음이 경찰 물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 윤상삼(이희준 분) 기자. (사진 가운데) /영화 스틸컷

당시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 대학생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윤 기자는 보도지침을 어기고 경찰에게 폭행당하면서도 감시를 피해 취재를 감행했다. 윤 기자는 결정적으로 병원 화장실에서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고 그 다음 날 신문에 보도해 전국이 뒤집혔다. 동아일보 사회부장은 "대학생이 고문받다 죽었는데, 이런 보도지침이 무슨 소용이냐!"며 칠판에 적힌 보도지침을 지웠다.

영화 <1987>에 나온 기자들은 받아쓰기를 하지 않았지만 당시 언론은 앵무새였다.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사태를 알린 것도 외신의 보도였다. 현재 언론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자를 떠올리며 권위, 정부의 종, 기레기라는 단어를 연상한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건네받은 보도자료를 요약하는 것만이 기자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정보 전달은 기자의 몫이 맞지만 그것에 안주하면 기자정신을 잃게 된다고 본다. 동아일보의 사내 게시판에 적혀있던 보도지침을 맹목적으로 따른 것은 기자정신을 잃고 당시 정권에 고개를 숙인 것과 다름없다. 자괴감을 느낄 줄 알았던 동아일보의 기자들은 보도지침이 적힌 칠판을 닦아냈고 진실의 편에 섰다.

<1987>의 기자들은 경찰이 총구를 겨누면서 위협했지만 왜곡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위험을 무릅썼다. 기자들이 하는 받아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자는 아무나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987>에 나오는 기자들처럼 죽을 위험을 무릅쓰며 진실을 호도하는 이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진실과 정의의 가치에 무게를 둘 줄 알고 자괴감을 느낄 줄 아는 이들이 기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실습생 안지산(경상대 4)

영화를 본 뒤 '나 하나 움직인다고 세상이 바뀔까'라는 연희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흔히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힘없는 개인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보여주었다. 최 검사는 시신 화장을 밀어붙이는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였다. 교도관 한병용은 교도소에 수용된 조 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알리고자 했으며 한병용의 조카 연희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삼촌의 부탁을 받고 정보를 전달했다. 이외에도 각자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각자가 모여 하나의 민중이 되었다.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서던 기자의 모습들도 인상 깊었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 영화가 담고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실습 중 이승환 기자님과 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답했었는데 영화 속 기자들은 정권의 억압에도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었다. 극 중 사회부장 역인 고창석이 보도지침을 어기고 기사를 게재하는 결단을 내릴 때 '저것이 진짜 언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정확히 짚어주고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언론인 것이다.

이서후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넘쳐나는 보도자료를 받아쓰며 그냥 직장인처럼 살 수도 있다고 하셨다. 물론 그런 방법이 편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기사는 좋은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1970~80년대와 같이 격동의 시기가 아니라 그때만큼의 열정적인 기사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사건 사고는 발생하고 작년의 촛불 시위와 같이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시민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고민을 통해 직접 발로 뛴다면 시민이 원하는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실습생 김혜주(경상대 2)

'1987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직업 나오더라. 기자.'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다. 영화 <1987>은 박종철로 시작해서 이한열로 끝나는 전두환의 철권정치에 균열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건의 진실은 기자들의 몸바친 취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당시 검사와 커피를 마시다 박종철 사망 이야기를 듣고 최초로 보도한 신성호 기자는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홍보 특별보좌관으로 있었다. 1988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은 국민 모금을 통해 한겨레를 세웠지만 그런 한겨레 역시 지금은 '한걸레' 소리를 면하지 못한다.

'기자님'들은 왜 기레기가 되었을까. 당시 기자들은 소위 엘리트 층이었다. 엘리트로서 사회에 공헌해야 할 책임감과 기자라는 직업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들 역시 충분히 똑똑할뿐더러 언론이라는 매체의 역할이 당시보다 훨씬 작아졌다.

거창한 꿈을 갖고 학교 신문사에 입사한 것은 아니다. 또 미래의 내 직업이라 생각해 실습을 나온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진실을 밝힌 당시 기자들의 책임감에 그 책임감이 주는 가슴 벅참에 기레기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자란 나는 처음으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생 강소미(경상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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