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의 현장이었던 남영동처럼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었던 경찰청 대공분실을 아예 폐지하여 독재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각 지역의 대공분실들은 어디나 치 떨리는 고문, 가혹수사와 조작으로 악명 높았다. 국가안보와 방첩수사를 앞세워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독재의 칼잡이였고, 국민의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던 치외법권 지대의 무력기관이었다. 한마디로 과거 대공분실은 고문장이요 형장이었다. 간첩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도 노동자나 농민, 대학생과 시민이나 사회운동가들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끌려가 밤낮으로 목숨을 위협받다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쓰기도 했다. 영화 <1987>을 통하여 대공분실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알려지면서 도내에서도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증언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결같이 죽음의 공포를 겪었고,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인격마저 파괴되어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대공분실은 국가기관이란 이름을 단 반인륜적인 폭력기구였던 것이다. 대공분실은 이후 보안분소나 보안수사대라 개칭하였지만 여전히 전국 43개 수사대가 27곳에 별도로 설치된 분실을 사용하고 있다. 경남에도 창원시 사파동과 진주시 상대동 등 경찰청과 떨어진 은밀한 곳에 보안수사대가 숨어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지만 간판도 없이 높은 담과 철조망, 철창으로 가린 공포를 부르는 모습은 그대로다. 최근 여론이 심상치 않자 경찰이 자체 점검을 한 결과 인권보호 측면에서 6곳만 양호하고 나머지 21곳이 보통이거나 최하위 등급이라니 31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며칠 전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경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이어받아 산하 보안분실을 안보수사처로 조직을 새로 확대한다고 한다. 과거 독재와 폭력의 산실이었던 보안분실을 그대로 남겨둔 채 개혁이 이루어질 리 없다. 먼저 보안분실을 폐지하고 안보수사처가 비밀주의에 빠져 권력을 오남용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