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사 앞에는 지방분권 어쩌구 저쩌구 하는 문구가 걸려있어, 마치 지방분권에 앞장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빈말일 뿐, 실제론 도지사 권한대행과 도청 간부공무원의 지방분권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경남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재정과 권한을 받는 데는 열성이지만, 정작 시·군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재정지원 비율과 심각한 자리 갈취를 해오고 있다.

현행법으로 보장된 시장·군수의 인사권도 침해하는 경남도가 지방분권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린아이도 웃을 행태다. 중앙정부에 지방분권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낮은 재정지원 비율을 환원하고, 빼앗아간 시·군 공무원자리부터 돌려주는 것이 순리에 맞는 행동이다.

심지어 경남도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 간의 면담에서 자치행정국장과 인사과장은 자리 갈취가 법규상 문제가 없고, 도청이 시·군에서 뺏은 자리를 돌려주려면 도청노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가 상의해야 한다는 해괴한 주장을 폈다. 우리나라 인사법규는 자치단체장에게 소속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고, 타 기관 간에는 교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남도 주장대로 법규에 맞으려면 동일인원이 도-시·군 간 오가야 한다. 도에서 일방적으로 시·군자리를 뺏는 것은 우리 국어사전이 정의한 교류가 아니다. 또한, 부당하게 빼앗아간 자리를 돌려받으려면 도청노조와 상의하라는 것은 기관권한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동시에, 노노 갈등을 일으켜보겠다는 잔꾀까지 훤히 보여 애잔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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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이제라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지방분권 정신을, 경남도에서 먼저 구현해야 한다. 그 시작은 턱없이 낮은 재정지원 비율을 높이는 것과 시·군인사권을 돌려주고, 그간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다.

지난 잘못을 반성, 근절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분권시대로 갈 수 없다. 제 욕심만 챙기다 분권시대에 무용지물이 될 것인지, 시·군에 도움되는 광역단체로 발전할 것인지 경남도가 선택해야 한다. 경남도가 역행을 멈추고, 시·군과 함께 지방분권 시대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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