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새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소위 '3철'로 일컬어진다.

세간에서는 그가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을 비웃듯 대선 직후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 문 대통령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그런 그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귀국하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잇달아 언론 인터뷰로 얼굴을 알리자 또다시 청와대 입성 등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그의 이번 귀국이 본인의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판기념회를 위해서라고 하니 '혹시' 하는 의심으로 증폭되는 듯하다.

이를 의식해 양 전 비서관은 '지방선거에 나설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하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출판기념회가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이니 제철을 만났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몇 년 전 도내 한 국회의원이 국회 예결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앞세워 서울과 지역에서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돈이 되는 행사이니 후보자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써야 책을 내는 것도 아니니 부담도 없다. 기획사 등에서는 대필작가부터 출판기념회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며 후보에게 접근하는 환경이니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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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출판 홍수시대다. 요즘은 큰돈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책을 펴낼 수 있다. 그런 만큼 양서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책이면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주변에 출판기념회를 여는 출마자를 둔 사람이라면 어차피 눈도장은 찍어야 하고, 책 내용이 궁금하기보다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할지 참 고민스러운 시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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