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밀양 765㎸ 초고압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보상금으로 준 마을공동사업비가 오히려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실태가 찬반 주민 다툼을 둘러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는 보상금을 매개로 송전탑 공사를 마쳤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마을공동사업비와 관련한 법적 공방이 일어난 마을은 밀양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피해가 가장 큰 마을로 모두 5개의 송전탑이 들어섰다. 전체 가구가 93가구이며 이 중 62가구가 찬성했고 31가구가 반대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상동면 고정마을은 주민 간 이해 상충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반대 측을 묵살하려는 한국전력공사의 노골적 개입 정황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보기에도 경악하게 한다. 찬성 측 주민들은 2014년 5월 주민 대표 5명을 내세워 한국전력공사와 합의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마을공동사업비는 개별적으로 나눌 수 없으며 분배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합의서 내용을 우회적으로 회피하여 나눈 것과 반대 측이 받지 않은 합의금 명목의 자금을 찬성 측이 받아 마을기업 명목으로 사용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한 소송 1심에서 법원은 찬성 측 주민대표 5인을 마을 대표로 볼 수 없으며 마을공동사업비는 마을재산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며 찬성 측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법리적 해석을 떠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마을 총회가 아니고 찬성 측에서 뽑은 대표가 마을 대표가 아닌데 마을공동사업비를 받은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불법이며 그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임에도 자금을 지급한 한국전력공사도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찬성 측은 소위 돈세탁의 전형적 방법까지 동원했으며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마을 대표가 아님에도 반대 측 몫까지 받았다. 법원의 판결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 공공사업과 관련한 보상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나쁜 선례를 넘어 법원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해준 것과 다름없다. 밀양 송전탑 반대 측은 사회적 약자이며 자기 땅에 살 권리가 있다. 자기 터전에서 자유롭게 살 수도 없는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법원은 그 판단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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