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여부 고심 발언에 '소통 행보'도 선거용 의심
진보야당, 도정불신 우려…잦은 교체 비판 여론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를 바라보는 도민 시선이 곱지 않다.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홍준표 전 도지사가 중도사퇴한 지난해 4월부터 1년 사이 권한대행이 세 번 바뀌는 도정 초유의 사태가 생기기 때문이다. 행정 공백에 대한 걱정보다는 도정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도정이 휘둘리는 모양새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대행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현재 여러 사항을 고려 중이고, 오는 2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그동안 출마설을 부인해온 한 대행이 출마 의지를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 대행은 홍 전 지사가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고 사퇴하면서 류순현 전 행정부지사에 이어 지난해 8월 취임했다.

취임 초부터 진주시장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내년 6월까지 도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취임 5개월 만이자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이를 번복했다. 한 대행은 태도 변화 이유에 대해 "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올 것이 온 것일 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551010_420264_2158.jpg
▲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경남도민일보DB

◇선거용 행보였나 = 그동안 한 대행이 보여온 광폭 행보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는 분위기다. 한 대행은 취임 이후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도내 각종 행사·모임 참석과 단체 간담회 등을 이어왔다. 한 대행은 행정부지사로서 도지사 권한대행과 서부부지사 역할까지 1인 3역을 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현장·소통 행정'이 소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출마 가능성 발언이 나오자 '소통을 가장한 선거유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창원에 사는 한 40대 회사원은 "처음엔 도정에 기대가 컸는데, 점점 알고 봤더니 선거용인 거냐"면서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며 이전 도지사와 다른 행보를 보인 데 대해 변화를 체감했지만, 지금은 모든 행보가 정치적인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근 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그런 의도였는지 나중에 바뀌었는지 출마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으나, 출마 자체는 개인 선택이니 비난하고 싶지 않다"면서 "도정 업무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행정 공백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도정 기조가 또다시 흔들리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 당시 불통행정에서 소통행정으로 탈바꿈하려는 분위기가 정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보 야당 "도정, 정치인 놀이터 아냐" = 민중당 경남도당(위원장 석영철)은 19일 논평을 내고 "경남도정은 정치지망생들과 출마자들의 놀이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경남도당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 리 없겠지만 그간 한경호 권한대행의 말과 행보를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며 "무엇보다도 경남의 조선 산업 미래에 대한 결정이 임박한 시점이고, 창원시 스타필드 입점에 관한 중차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조차 갈피를 못 잡는 이 시점에 매우 유감스러운 소식"이라고 했다.

정의당 여영국 도당위원장도 "한 대행이 공무원으로서 선출직에 대한 꿈이 있을 수 있다. 한 대행 개인에 대한 불신보다는 도민이 볼 때 행정수장의 잦은 교체가 행정불신과 불안을 가중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정치적 이유로 지사직을 중도사퇴한 사례는 여야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혁규·김두관·홍준표 전 도지사 등 선출직 도지사들이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하면서 경남도정은 권한대행 체제가 잦았다.

◇민주당 선거구도 변수 될까 = 한 대행이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 더불어민주당 도내 선거전략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 대행은 민주당 집권 이후 정부에서 임명한 권한대행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민주당 인사로 분류돼왔다.

한 대행은 당에서 출마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없다"고 했다. 한 대행이 출마를 시사하면서 선거구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애초 염두에 둔 진주시장과 경남도지사 후보를 두고 저울질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사천시장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단체장을 하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 등 생각보다 도민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한 사석에서도 "시켜만 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는 등 선출직 단체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당선가능성이 큰 지역구 선택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