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치안정책 토론회
시민단체와 사회적 약자 보호·인권경찰 구현 등 처음 머리 맞대

"제가 지체장애인인데, 여기 4층 회의실까지 올라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마치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경남지방경찰청 청사에도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부터 시정을 해주시면 고맙겠다."

지난 19일 경남경찰청 4층 회의실을 찾은 서혜정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토론회 공간까지 오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시설을 갖춰달라고 제안했다. 이날 경남경찰청과 시민사회단체가 더 나은 '치안정책'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경남경찰청이 치안정책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토론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 대표는 이어 "청각·언어 장애인들은 112에 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장애인들을 112상황실에 등록하고, 전화가 오면 말이 없더라도 바로 출동해서 피해 상황 등을 한 번쯤 확인해주면 좋겠다"며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112상황실에 수화할 수 있는 분을 항시 배치하거나 수화를 배우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도 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19일 경남경찰청 4층 회의실에서 경남경찰청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이날 토론회는 앞서 경남청에서 △치안정책 추진 방향 설명 △사회적 약자 보호 방안 △인권경찰 구현 방안 △교통사고 줄이기 추진 방안 등 4개 분야를 먼저 설명하고 나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용표 청장은 작정한 듯 "오늘 이 자리는 우리 경찰이 칭찬받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다. 쓴소리를 듣고, 치안과 관련해 불편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라며 "직원들은 가급적 질문에 간단·명료하게 답변하고 최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승해경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경찰 정책과제가 일선 경찰서에서 시행될 때는 결과치, 즉 성과주의로 말미암아 다문화가족을 동원할 때가 있다. 이분들도 생계가 있는데, 성과주의보다는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정책이 시행되면 좋겠다"고 했다.

승 센터장은 이어 "오늘 경남청을 보니까 간부공무원은 모두 남성들만 있는 것 같다"며 "안 그래도 경남 성평등 지수가 낮다. 여성 경찰공무원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정차선 마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범죄 피해를 본 여성들이 임시 숙소로 주로 모텔이나 여관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 여성들이 이런 곳에 혼자 장시간 노출되면 심리적으로도 불안할 수 있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이날 김상희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간부급 직원 인권감수성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으며, 이주경 경남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은 "농어촌지역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치안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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