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참여정치] (상) 자치단체-노조 대화부터
비정규직지원센터 등 지원제도 마련됐지만
축소·예산삭감 '부침', "상시적 테이블 필요"

권력을 나누는 분권은 참여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직접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민주노총은 김두관 경남도지사 때인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생 현안에 대해 노동자와 자치단체가 직접 대화를 하는 노정 교섭으로 거둔 성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3년 임기를 시작한 민주노총 경남본부 신임 임원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노동자 직접 정치 실현', '사안별 산업별 지역 노정교섭 모델 구축·확대' 등을 내세울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노정 교섭의 성과와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노동자 지원 제도 마련 =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경남근로자건강센터, 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 지역신문 발전 지원조례 등은 노동계 요구로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은 김태호 도지사 때 정부와 경남도가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민생 예산 편성,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정 교섭을 촉구해왔다. 지난 2009년 사회복지 예산 삭감분 원상회복, 비정규직 노동자 보육지원을 위한 보육 조례 제정, 일자리 지키기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고, 일부 수용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김두관 도지사 체제에서 노동자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됐다. 이 중 두드러지는 것이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설치, 근로자건강센터 설치 등이다.

지난 2011년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개소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단체장 의지 따라 운영 달라져 = 노동계가 각 단체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에 요구해서 수용된 이러한 노정 교섭의 성과물은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경남비정규직지원센터는 2011년 7월 1일부터 운영됐다. 별도 센터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부, 동부, 서부권으로 나눠 지역별로 노총 사무실 안에 상담사가 상주하며 노동자의 고충을 들어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여성비정규직센터도 함께 생겼다. 센터는 노동 상담, 실태 조사 등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중 한 곳이 2년간 위탁받아 운영했다. 올해 1월부터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각각 중부, 동부, 서부권 3곳에 비정규직센터를 두게 됐다. 여성비정규직센터는 여성 단체에서 운영 중이다.

건강센터는 경남 지역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해 지난 2012년 창원 SK테크노파크에 설립됐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심리·노동환경 상담 등을 한다.

이처럼 노동계 요구로 만들어진 성과물도 단체장 의지에 따라 축소 운영되거나, 대화 창구 자체가 열리지 않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홍준표 도지사 시절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예산이 5000만 원 삭감됐다. 이때 노정 교섭 창구도 닫혔다.

◇노동계 목소리 반영되려면, 대화 창구 지속해야 = 노동자 목소리가 도정에 반영되려면, 상시적인 대화 창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정 교섭 등의 틀이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아예 없어지고, 쥐락펴락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됐던 노정 교섭은 단체장에 따라 상·하반기 2회 또는 1년에 한 번 노동자 요구를 모아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실무회의 등을 거쳐 확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국장은 "2012년 12월 고용노동부, 경총, 한국노총, 대학교수 등이 참여하는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생겼지만, 실제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여기에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도민의 삶과 직결된 요구를 이뤄내려면 노정 교섭의 틀이 중요하다. 또, 노동자 요구로 조례를 만들고 각종 기구를 만들어도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이행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노정 교섭이 지속하면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도민의 요구를 알리고 수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사)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 소장은 "현재 노사민정협의회 등의 노동자 대화 틀이 문제가 있으면 개편해야 한다. 지역 차원이 아니라 전국 단위 차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기존에 진행했던 노정 교섭, 지금 논의되는 노사정위원회 등을 검토해서 실제 현장 노동자 목소리가 도정에 반영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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