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투자자에게 들어보니
재테크 방법 중 하나로 접근성·편의성 뛰어나 시작
'투기·도박'인정…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규제 반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은 2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이용자 4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이용자가 전체 투자자의 58%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20~30대가 전체 투자자의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암호화폐 투자 경험자 2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34·양산시) 씨는 암호화폐에 일찍 투자해 5000만~6000만 원 정도 벌었다. 주변 지인의 권유로 지난해 5월 500만 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800만 원을 벌자 더 많은 금액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김 씨는 "하루 일당을 10만 원이라 치면, 5분 만에 20만, 30만 원을 벌게 되니 돈이 된다 싶었다. 많을 때는 2억 원까지 넣었다"라고 말했다. 몇 차례 시세 하락으로 수천 만원을 잃기도 했지만 활황이던 지난해 11~12월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얻은 뒤 일부를 회수하고 시장 상황을 관망 중이다.

이모(36·창원시) 씨는 한창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12월 시작해 한 달 정도 투자한 뒤 그만뒀다. 주식 투자를 하고 있던 이 씨는 주변에 주식 투자하던 친구들이 대부분 암호화폐 쪽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분위기에 자신도 암호화폐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씨는 "암호화폐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기대심리에 적은 금액을 투자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100만 원가량 소액을 투자했지만 20% 정도 손실을 본 뒤에 암호화폐 시장에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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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비트코인은 동전 형태의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현재 투자를 중단한 상황이지만 '부의 축적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바라보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여러가지 재테크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청년층이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 씨는 "주식은 투자자 간 정보 차이가 있고, 자산을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동산은 진입장벽이 높다. 암호화폐는 접근성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암호화폐는 계좌 만들고 돈만 넣으면 곧바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층은 인터넷에 익숙해 더 쉽게 빠져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암호화폐 투자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씨는 암호화폐 거래가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이 씨는 "주식은 장 종료가 있지만 암호화폐는 특성상 24시간 실시간 거래되니까 계속 신경이 간다. 처음에는 하루에 1시간 이상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하다보니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더라"라며 "PC방에서 네다섯 시간씩 앉아서 암호화폐 시세를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씨도 동의했다. "큰 금액을 넣었을 때는 불안해서 조금 오르면 금방 팔아버렸다." 김 씨의 말이다.

이 씨와 김 씨 모두 현재 암호화폐 투자가 '투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씨는 "투기가 맞다. 주위에 암호화폐 하는 사람들도 도박이라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암호화폐가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몰려 있고, 자금 유입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암호화폐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규제에는 반대했다. 이 씨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에 세금을 매기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처럼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적 흐름이다. 이를 거스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고, 김 씨는 "거래소를 폐쇄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에는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대도 버리지 않았다. 김 씨는 "시세가 계속 오를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서 잠시 관망 중이다. 저점을 찍으면 다시 투자를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준비 없이 시작했는데,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해서 오는 3~4월쯤 투자 재개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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