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원인으로는 빠듯한 공사기일을 맞추려고 한꺼번에 크레인 두 대를 운용하다 벌어진 인재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측은 노동자들이 시종 시간을 지키지 않아 (사고시각 오후 2시 52분경 - 휴식시간은 오후 3시) 인명피해가 더 컸다는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시종 시간? 노동자들이 시종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현장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그럼 회사는 그 시간을 지키는가? 작업시작 시각 8시, 실제로는 7시 30분에 체조하고 조회, 작업 준비한다. 점심시간 1시간은 제대로 지켜지는가? 중회시간이라는 5~10분은 뭔가?

결국, 크레인 사고 때문에 대부분 14일간 전 사업장 작업이 중지됐고 휴업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휴업손해가 발생하였고 꽤 많은 노동자는 "나와 상관없는 사고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됐다"는 어이없는 볼멘소리를 냈다. 그렇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소리다. 회사에 휴업수당을 요구할 생각은 안 하고 시종 시간 안 지켜서 재수 없이 사고당한 거란다.

중대재해 후 작업을 개시한 사업장들의 현실은 어떨까? 안전의 경각심을 갖고 안전작업에 더 신경 썼을까? NO~ NO~ NO~! 휴업에 따른 밀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안전조치는 소홀히 하고 작업을 강행했다. 내가 속한 하청업체도 4m 높이의 블록에서 안전난간 설치도 없이 작업을 강행하더라! 반장, 차장에게 안전조치할 것을 건의하였고, 묵살되자 사장까지 모시고 갔더니 사장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더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후 고용노동부 '위험신고상황실'(대표번호1588-3088)에 전화로 신고했고 곧바로 다른 업체에 안전실사 나온 근로감독관에 의해 적발되었다.

그 후 회사는 어떻게 했을까? 회사는 신고자를 확인하려고 내게 추궁을 하였고 일부 동료는 단체카톡으로 내가 신고자라며 내 사진까지 올려서 직장 내 왕따(요즘 초등생들도 안 한다던데)를 했다. 또한, 말할 것도 없이 잔업, 특근을 포함한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던가? 엄연히 공익신고인데도 일부 동료 노동자들이 "누구땜에 작업중지로 일 못하게 됐다! 대한민국 법에 안 걸리는 게 어디 있냐? 자기는 법 제대로 잘 지키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약 두 달 후에 나는 해고(명목상 정리해고)되었고 부당해고 구제신청하여 37일 만에 복직됐다. 복직 후에 어떻게 잘 지내고 있냐고요? 당연히 직장 내 왕따 당하고 업무배제 당하고 있죠! 하지만, 말입니다. 더 이상 내게 돌아올 호의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오물을 뒤집어쓴 뒤에 찾아온 역설적 자유!(웹툰 송곳의 대사)를 느끼고 있네요.ㅎㅎ

일감 없어서 무급휴가 가는 것(휴업수당 청구)도 당연히 거부하고 있고, 회사업무와 관련 없는 교육(업무 관련성 없는 교육은 거부해도 됨)도 거부하고 있고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 견제하고 있고 회사가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는 서류(절대, Never 노동자에게 유리한 서류는 없다!)에 서명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1인 노조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비정상이 정상인 나라에서는 정상이 비정상, 애꾸나라에서 애꾸로 길들여져 온 사람들. 사실 멀쩡하지만 자기 한 몸 지키려고 애꾸인 척하는 사람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멀쩡한 놈이 비정상인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어쩌다 슈퍼맨!'이란 공익신고자 캠페인을 하는 지금, 씁쓸할 뿐이다. 공익신고자, 내부신고자라고 조직에서 껄끄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대한민국 노동 현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당신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공익신고를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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