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의 미래가 밝다고 맹신하는 부류다. 전자책이나 온라인 텍스트는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종이책을 읽어야만 진도가 나간다. 사실 마음으로는 종이책의 미래를 반신반의한다. 전자책과 온라인 텍스트로 글을 깨친 세대에게 종이책이 과연 매력이 있겠나 싶어서다.

종이책은 단점이 많다. 공간을 가득 차지하고, 오래 두면 삭거나 곰팡이가 슬어 기관지 건강에 적잖은 피해를 준다. 그래서 한두 번 서가를 크게 정리한 경험도 있다. 놓기 아까워 쟁여놓은 책은 결국 곰팡이가 슬어 짐이 되어 버렸다. 종이책은 구입할 때 또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에 놓여 있다.

최근 신년 기획 아이템으로 '지역 출판물'을 택해 취재를 벌이고 있다. 밝은 미래를 점쳐 꼽은 아이템인데, 취재를 하면서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어쩌면 종이책을 붙잡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꼰대'가 되는 길은 아닐는지 의심스럽다. 독자께서 '종이책은 이미 사장 기로에 들어선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드릴 대답이 마땅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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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긍정적인 미래를 엿볼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종이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양질의 독립 출판물과 작지만 매력 있는 독립서점이 늘어나는 형국인 데다, 머리를 맞대고 출판의 미래, 책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임과 자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분위기를 이끄는 이들의 다양성이다. 종이책의 의미를 살리고, 명맥을 잇겠다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세대의 구분이 없다. 오히려 젊은 세대의 약진이 돋보이는 분야가 바로 출판업계다. 종이책 수요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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