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각종 위원회·TF 치적 쌓기 의심" 비판…시민단체도 "입장 밝혀라" 압박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 목소리가 도청 안팎에서 나온다. 한 대행은 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권한대행직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5일 오전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도와 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단체협약 조인식을 했다. 이날 협약은 2008년 4월 29일 단협을 체결한 이후 10년 만에 이뤄져 의미가 컸다.

이 자리에서 신동근 노조위원장은 한 대행에게 성의 있는 단체교섭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신 위원장은 “단체교섭으로 근무환경과 여건이 좋아지는 듯하지만 직원의 고충 섞인 목소리가 또한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 증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위원회와 TF를 만들어 행정 폭을 넓혀가지만, 과연 이것이 도민을 위한 행정인지 아니면 권한대행의 치적쌓기 노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실질적인 행정 내실화보다는 오히려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전시행정의 반복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로서는 정말 의미 있고 축제 같은 날이지만, 이렇게 쓴소리를 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소통과 협치’를 내세워 민간 참여 간담회나 협의체·위원회 구성에 적극적이었다. 지역공약 실행 민관협의체·경남혁신도시 민관협의체·항공MRO 범도민 총괄협의체·중형조선소 정상화 추진 민관협의체 등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에 민간 주도로 도민 복지시책을 발굴·수립한다는 취지로 ‘도민행복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최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이날 오후에는 ‘도민안전제일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들 위원회 소속 분과만 각각 8개·6개로, 위원 수도 각각 80~90여 명에 이른다. 취임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개꼴로 협의체나 위원회가 구성되는 꼴이다. 이를 두고 도청 내부에서는 즉흥적인 ‘쑈 행정’이라며 대행이 나가야 멈춰질 것이라는 불만이 파다하다.

▲ 한경호 권한대행/경남도민일보DB

시민단체도 한 대행의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경남시민주권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문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한 대행이 2월 말까지 기다려달라며 자신의 직을 선거에 활용하는 모습 자체가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행정수장의 책임성은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시민주권연합은 "선거에 관심 없다고 한 행정직 공무원이 선장이 없는 경남이란 배의 선장 대리를 하면서 선장 선거 출마를 위해 운항 중인 배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약 4개월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 만들어 무인운전에 맡기겠다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이어 "홍준표 전 도지사의 사퇴 이후 세 번째 권한대행을 맡기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한 대행의 6개월간 행보가 경남도민을 1%조차 생각하지 않은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주권연합은 "물론 공무원도 선거 출마의 자유가 있다"면서 "그러나 한 대행과 서일준 전 거제부시장 사례를 보면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행정력의 사적 활용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선거 출마는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공무원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1~2년 이전 사퇴해야 한다는 식의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