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증기·전기요 등 일상 속 위험 요소 다양
책상 아래 히터 사용하다 저온화상 입는 경우도
"방치하면 상처 더 악화…감염 예방 철저히 해야"

얼마 전 승무원이 기내에서 쏟은 라면 때문에 화상을 입은 승객에게 항공사와 승무원이 1억 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이 기사에 붙은 댓글 중 "라면으로 심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나"라는 것이 있었다.

펄펄 끓는 물이나 뜨거운 기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화상 위험 요소가 꽤 많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울대화외과의원 김종민 원장의 도움말로 화상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과 종류

화상은 열, 전기, 화학 물질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신체가 노출되었을 때 신체 조직이 변형, 손상돼 죽거나 정상적 기능을 상실하는 외상의 한 종류이다. 감기 기운이 조금 있으면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고 열심히 약을 먹어도 화상은 의외로 "경미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내버려두거나 자가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감염이 되면 상처가 더 심해지고 2도 화상이 3도 화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

김 원장은 "원인에 따라 열탕 화상(뜨거운 액체), 접촉 화상(뜨거운 고체), 증기 화상(뜨거운 기체), 화학 화상, 전기 화상, 화염 화상, 마찰 화상이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액체'는 어느 정도 온도를 말하는 것일까.

김 원장은 "기준 온도가 확실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차가 있다. 아이들이나 노인은 화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펄펄 끓는 물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즉 라면으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 원장은 "기사에 나온 사례는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라면과 같은 국물 음식은 뜨거운 국물에 의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건더기와의 접촉으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나 매트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시간 접촉할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겨울철 사무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인용 히터도 조심해야 한다. 협소한 사무실 공간 탓에 책상 아래에 히터를 두는 경우가 많다. 즉 히터와 신체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편이다.

겨우내 히터를 사용하다 보면 다리에 '저온 화상'이 생기기도 한다.

김 원장은 "장시간 다리에 열이 가해지면서 그야말로 살이 익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 경미할 때는 따끔거리는 증상을 느끼고, 피부색이 변하기도 한다. 히터에 몸이 직접 닿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찰 화상은 무언가에 피부가 쓸리면서 그 마찰열로 화상을 입는 경우다. 요즘 트레드밀(러닝머신)이 있는 집이 많은데, 이 벨트에 아이 손가락이 말려들어가 쓸려서 마찰 화상을 입는 사례가 많다. 그 외에 산업 현장이나 자동차 사고 현장 등에서도 생길 수 있다.

전기화상은 눈에 띄는 상처가 작아도 내부 조직이나 장기 손상 등이 있을 수 있고, 심장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울대화외과의원 김종민 원장이 화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정도와 치료

화상은 다친 깊이에 따라 1도에서 4도까지 분류한다.

1도 화상은 피부 맨 바깥층인 표피에 국한된 손상으로, 가장 흔한 예는 일광 화상이다. 통증이 심하고 다친 부위가 붉게 변하지만 물집이 생기지는 않는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3~4일이면 낫는다.

2도 화상은 표피 밑 진피층까지 손상된 경우이다. 물집이 생기면 2도 화상이라고 보면 된다. 물집은 터뜨리면 안 된다. 상처부위가 공기에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커진다. 물집이 생기면 그대로 병원으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3도 화상은 진피 아래 지방층까지 손상된 것으로, 그을리거나 창백하거나 가죽처럼 생긴 '가피'가 상처 위에 생긴다. 가피를 없애지 않으면 상처가 낫지 않으므로 수술로 가피를 제거해줘야 한다. 이후 피부 이식을 해서 상처를 아물게 한다.

4도 화상은 지방층 밑의 근막, 근육, 뼈까지 손상된 경우이다. 다른 신체 부위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손상되었을 경우 환부의 절단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경미한 화상은 발적, 부종, 물집 등의 증상만 있지만, 심한 화상은 쇼크에 빠질 위험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화상을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기에는 화상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 입은 부위는 바로 열기를 식혀야 한다. 그렇다고 얼음물을 찾을 필요는 없다.

김 원장은 "상온의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박박 문질러 씻는 것은 좋지 않다. 얼음과 같이 너무 차가운 것에 30분 이상 상처를 대면 작은 혈관이 막혀 오히려 상처 회복에 좋지 않다. 그다음에는 깨끗한 수건 등으로 잘 감싸서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다면 제거하고, 옷은 억지로 벗지 말고 가위나 칼 등을 사용해 잘라내야 한다.

요즘은 의료 정보가 많이 알려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화상 상처에 된장과 같은 것을 바르는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김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실제 진료실에서 김 원장은 된장이나 기름, 소주, 심지어 치약을 바르고 온 환자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드레싱(상처 면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로 덮어주는 것) 치료와 약물 등으로 감염 예방과 통증 감소에 주력한다.

3도 화상에서는 피부이식이 필요한데, 이는 미용 목적이 아니라 감염 예방 등을 위한 것으로, "나으려면 해야 하는 치료"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흉터와 관리

화상은 치료 이후 관리도 아주 중요하다. 흉터 관리나 재활치료, 심리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뒤따를 수 있다.

김 원장은 "화상 치료는 흉터, 즉 비후성 반흔(비대흉터, 상처 입은 부위가 붉은색을 띠며 솟아오른 흉터)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흉터가 남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후성 반흔은 감각이 둔해져 긁히거나 베이는 등의 손상을 입기 쉽고, 추위에 예민해져 추운 날 둔함이나 저림, 쑤시는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다양한 색깔 변화도 생기는데, 대개 일시적이지만 햇빛에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색소 침착이 생길 수도 있다.

화상을 입은 피부는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또 2~3개월 정도는 햇빛 노출을 피하고, 정상 피부색이 돌아올 때까지는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도움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이저 기기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관절 부위에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뻣뻣해지면서 운동 기능에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비후성 반흔은 '구축'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구축은 수동적 관절 운동이 비정상적으로 제한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급성기 화상 상처 치료가 끝나도 장기간 외래 추적 관찰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관절 구축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며 "치료 기간이 길수록, 상처가 깊을수록 비후성 반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심한 화상은 흉터 등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에게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화상 위험은 곳곳에 존재한다. 압력밥솥에서 내뿜는 증기로 아이들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아이들은 화상 상처가 성인에 비해 더 깊을 수도 있고, 치료가 제대로 안 되면 성장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빠른 처치와 치료 후 후유증 관리에 보다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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