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그리고 끈기있게" 되뇌이며 훈련 매진
입학과 동시에 졸업 걱정하는 2년제 한계에도 승승장구
선수·지도자 호흡 '척척'… 하루 세 차례 강도높은 훈련

"사진 찍겠습니다. 주먹 쥐고 여기 봐주세요."

"자, 다들 저기 한 번 보자."

김호상 감독 한마디에 선수들 눈빛이 달라진다. 긴 훈련에 지칠 만도 하지만 선수들 집중력이 다시 빛난다.

'치열하게 그리고 끈기있게'. 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는, 마산대 복싱부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지난 2003년 창단한 마산대 복싱부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입상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2006년 전국대회 첫 패권을 잡았고 지난해 제49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에서는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기도 했다.

현재 마산대 복싱부는 일반 비특기생 3명을 포함해 11명의 선수가 소속해 있다. 라이트플라이급에서 라이트헤비급까지 전국체전 남자대학부 8개 체급 모두를 겨냥 중이다.

지난해 98회 전국체전에서 마산대 복싱부는 밴텀급 이길수와 웰터급 남건국이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내 2년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주해야 했다.

"2년제 대학 특성상 입학과 동시에 졸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4년 동안 진득하게 운동만 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겠죠. 전국에 복싱부를 갖춘 대학이 20곳가량 있는데 2년제는 3~4곳에 불과해요. 그 사이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만은 않죠."

마산대 복싱부에서 훈련 외에 책 읽기·자격증 취득과 같은 점이 강조된 까닭도 이와 맞닿는다. 김 감독은 대학 졸업 후 원활한 사회 진입을 돕는 일 역시 감독 의무라 여긴다. 이 때문에 아침 7시~8시 반, 오후 2시 30분~5시, 저녁 8~9시로 나눠 계속되는 훈련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지난해 서울시청, 울산체육회, 남해군청에 우리 선수를 보냈어요. 일반 체육관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선수도 있고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사회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죠."

지난 달 24일 마산대 복싱부 선수들이 올해 전국체전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 감독의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레 훈련 방식으로 이어진다. '복싱은 주먹이 아닌 머리 싸움'이라 믿는 김 감독은 비디오 분석·선수 간 대화 등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훈련 속에 진로 고민을 녹여내며 더 큰 미래를 그리는 셈이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마산대 복싱부는 2체급 이상 석권에 도전한다. 지난해 동메달을 딴 이길수 외에 이희섭(플라이급), 김평중(웰터급), 김우빈(핀급)이 유력 후보다. 세 선수는 지난해 남자고등부에서 각각 금메달,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사실 요즘 복싱계 선수폭이 많이 얇아졌다. 예전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힘든 것은 피하려는 선수 마인드 변화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복싱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기초 선수 육성 △생활체육 활성화로 제시했다.

"중등부, 즉 기초를 단단히 다진다면 고등부, 대학부, 일반 실업팀까지 더욱 풍성해지겠죠. 뛰어난 선수가 늘수록 관심도 높아질테고요. 생활체육도 빼놓을 수 없어요. 요즘은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와 결합해 복싱체육관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어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해요."

복싱장을 찾았다가 3개월 간 줄넘기만 하고 오는 건 아닐까.

김 감독은 "그럴 일 없다. 오자마자 바로 샌드백을 마음껏 치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가족처럼, 때론 피도 눈물도 없는 사제지간이 되어 오늘도 링 곳곳을 누비고 있을 마산대 복싱부. 김 감독의 가르침과 선수들의 열정은 전국체전 혹은 그 다음을 향해 있다. 더 큰 미래를 향한 그들의 금빛 원투 펀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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