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중 "시험 기준 실현 불가능…1000억 손실 예상"
현대로템 "전력화 일정 차질 최소화·내년 초부터 납품"

정부가 K2 전차 2차 양산분 파워팩(엔진 + 변속기)의 변속기를 수입해 쓰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파워팩 국산화 사업에서 변속기를 맡았던 S&T중공업은 2차 사업에서 제외됐다. 파워팩 조립과 완성 전차 최종 납품을 맡은 현대로템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전력화 일정 차질을 최소화할 방안이라며 이를 반겼다.

◇방추위서 '수입 변속기' 최종 결정 = 방위사업청은 지난 7일 오후 늦게 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하 방추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K2 전차 2차 양산 사업(100여 대 생산·배치)을 두고 "작년 11월29일 제107회 방추위에서 국산 변속기에 대한 내구도 재검사 기회를 추가로 부여했다. 하지만, 이후 변속기 제작업체(S&T중공업)가 내구도 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2차 양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K2 양산 파워팩을 국산 엔진(두산인프라코어 제작)과 외국산 변속기(독일 Lenk사)로 구성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전력화하는 것으로 심의·의결했다"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독일 Lenk사 제작 변속기에 대한 성능시험을 이미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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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 전차/경남도민일보DB

◇전력화 마무리, 2017년 말에서 2020년으로 연기 = 군은 K2 전차 2차 양산분 100여 대에는 1차 때와 달리 국산 파워팩을 쓰기로 하고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변속기는 S&T중공업이, 파워팩 최종 조립은 현대로템이 각각 맡기로 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구도 시험에서 군 당국이 내건 기준을 충족했지만 S&T중공업이 맡은 변속기는 지난해 2월까지 여섯 차례 내구도 검사에서 여러 곳에서 기준 미달이 발견됐다.

마지막 검사였던 6차 때에는 검사 도중 볼트가 깨지면서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군은 원래 파워팩 국산화를 2016년까지 마치고 그해 말부터 전차를 생산·배치해 작년 말까지 전력화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국산 파워팩 개발 지연으로 전력화가 3년가량 늦어지게 됐다.

이번 방추위 결정을 두고 관련 창원지역 두 업체 반응은 엇갈렸다. S&T중공업은 방사청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현대로템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내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가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S&T중공업 "개발 단계 때보다 양산 단계 기준 훨씬 엄격해진 게 문제" = S&T중공업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7일 방추위에서 변속기 제작업체가 내구도 재검사를 거부해 수입 변속기 적용을 결정했다는 보도(방사청 보도자료 인용)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현 불가능한 국방규격 기준을 고집할 게 아니라 최소한 관련 기관과 업체가 내구도 시험 변경에 합의한 기준만이라도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내구도 시험 기준 미충족 이유를 두고는 "국방규격 제정 과정 오류가 결정적 원인이었다"며 "개발 단계에서 적용한 기준으로 시제품은 합격점을 받았는데 양산 단계에서는 시험 기준(2014년 12월 정한 양산 국방규격)이 실행 불가능한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S&T중공업은 개발 단계에서 허용됐던 고장 항목이 삭제됨으로써 기계공학상 실현 불가능한 요구가 양산 단계 내구도 검사 기준으로 뒤바뀌었고, 서울대·KAIST·한양대 등 국내 주요 7개 대학과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의 저명한 기계공학 교수에게 문의한 결과에서도 현재 규격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S&T중공업은 "이번 K2 전차 변속기 수입 결정으로, 양산 중인 원자재·부품 등 약 1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에 따라 S&T중공업은 긴급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임원·팀장 연봉 반납과 노동자 휴직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전력화 차질 예상, 방추위 결정 존중" = 이와 달리 현대로템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8일 현재 현대로템 내부에는 파워팩 탑재만 하면 되는 K2 전차 50여 대가 생산돼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변속기 국산화를 맡은 업체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파워팩 양산이 더 늦어지면 전력화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방추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로템은 올해 안에 일부 전차 차량에 파워팩을 탑재해 주행 시험을 거쳐 내년 초부터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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